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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들어내는『식량메이저』|유태계의 미5개사 곡물무역의 80% 지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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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농무장관 「봅, 버글런드」는 지난14일 「시카고」의 한 경제인 모임에서 미국이 소련에 곡물을 공급할 경우 『값비싼 흥정을 벌여 그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여 식량을 대외정책무기로 사용할 뜻을 밝혔다. 식량도 석유처럼 전략자원으로서 무기화 하리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소련의 계속적인 농산물 흉작과 최근 잇단 기상이변으로 미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흉작이 예상돼 곡물파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식량무기화 점차 구체화
식량의 무기화여부는 물론 자원보유국의 정책에 좌우되는 것이지만,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 있다. 이 집단은 적석시장의 대회사인 「메이저」들과 마찬가지로 곡물시장을 장악한 이른바 곡물 「메이저」들로서 식량의무기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새삼 그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
석유「메이저」에 비유되는 식량 「메이저」는 사실 72년부터 그 정체를 드러냈으며 식량이 전략물자로 표면에 등장한 것은 지난1월 「카터」대통령 특별성명에서 처음이다.
「모스크바·올림픽」을 전후하여 소련은 곡물뿐 아니라 식육의 수입량도 엄청나게 늘렸는데 이 역시 가축을 키울 사료의 부족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이 계기가 된 「카터」대통령의 대소곡물 금수조치성명은 80년대를 상징하는 극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브로커」통해 곡물매입
하지만 오늘날 실제로 곡물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화이트·하우스」도, 미 농무성도 아닐는지 모른다.
전략물자로 식량이 중시되고는 있으나 「곡물회사」라 불리는 다국적기업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전체 곡물 무역의 80%는 거의 5개의 대회사가 쥐고 있다. 이 5개회사는 석유「메이저」와 마찬가지로 곡물수출에 대해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고있어서 『식량 「메이저」』로 불리고있다.
이 「메이저」는 태반이 유대인의 자본으로 주식비공개·동족경영 등으로 자본금이나 매상고에 대한 숫자가 공표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은 물론 미국의 의회까지도 그 실정을 파악하려고 몇 차례 도전을 해보았지만 기업비밀이란 두터운 벽 때문에 진상파악에 실패했다.
세계의 곡물가격을 결정하는 총본산으로는「시카고」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곡물시장이 꼽힌다. 미국의 농업은 자유시장경제로 주된 농산물가격은 이곳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그 가격결정의 구조는 주식시장과 같은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각 곡물회사는 1천여명의 「브로커」를 통해 이곳에서 곡물을 사들인다. 특히 요즘은 곡물회사뿐만 아니고 곡물을「주」로 인식하곤 있는 돈 많은 투기가들도 많이 모여들고 있어 재미있는 양상을 띤다. 얼마 전까지 하루 시세변동이 l「부셸」(27·l㎏)에 l 「센트」정도의 가격차를 보이던 것이 요즘은 10「센트」에서 30「센트」까지의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72년 소련의 곡물대령 수입 이후 눈에 띄게된 현상이다.
미 금수직전 소 와 거래
72년7월「뉴욕」의 「힐튼· 호텔」에 3명의 소련인 「바이어」가 나타났다. 이들의 목적은 무려 1천2백만t에 이르는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는 것으로 비밀리에 교섭이 이루어졌다. 당시의 법률로는 이를 방지할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 미국곡물가격은 급등하여 곡물상사에 싼값으로 곡식을 판 농민과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곡물 「메이저」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련의 곡물수입은 고르지 못한 국내의 곡물흉작 또는 풍작에 따라 해마다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로 이점이 곡물가격조작에 좋은 배경을 만들어준다. 또 소련은 전략상 곡물수입의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곡물회사 역시 이윤추구를 위해 경쟁상대에게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소련과 곡물회사의 이해가 이점에서 일치하며 그 거래 애서 비밀이 지켜지게 된다.
지난해 12월 소련이 돌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카터」대통령이 제재조처로 곡물금수성명을 발표한 바로 하루 전 이상하게도 2백68만t이라는 전에 없는 대량의 곡물이 소련으로 수출되었다.
이것은 바로 사건에 특별성명의 정보가 흘러나갔다는 증거가된다.
그리고 식량전략발동 후 반년이 지난 6월20일 미국 농무성은 곡물회사에 대해 외국산 곡물의 대소수출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해일치 비밀 지켜져
외국산 곡물이란 「메이저」가 취급하고 있는 미국산 이외의 곡물이다. 이 조치를 식량「메이저」의 압력에 미국정부가 굴복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메이저」가운데 가장 큰 회사가「카길」사. 「카길」사의 본사 지하실에는 거대한 「컴퓨터· 룸」이 있어서 세계의 정치·경제·기상 등 모든 정보가 모여져 처리되고 있다. 바로 이 정보의 양과 정확함은 미C1A를 상회한다고도 한다.
덕분에 「메이저」들은 어느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곡물을 필요로 하는가를 미리 알고 가격조작을 할 수 있다.
아무튼 석유·식량 등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메이저」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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