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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폭풍우로 길 끊겨 … 리커창도 5㎞ 걸어서 현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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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일 5㎞를 걸어서 중국 윈난성 자오퉁시 루뎬현 지진 피해 현장에 도착한 리커창 총리(왼쪽)가 구조대원들에게 신속한 구호를 독려하고 있다. [루뎬 신화=뉴시스]
예영준 특파원

3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에 발생한 규모 6.5의 강진 여파로 4일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루뎬(魯甸)현은 폭격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가옥 2만 5500여 채가 매몰됐고 4만여 채가 파손됐다. 이날 현재 사망자는 400명에 육박했다. 부상자가 1800여 명에 달하고 구호 작업이 초기 단계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4일 피해가 가장 심한 룽터우산(龍頭山) 현장에 5㎞를 걸어 도착했지만 구조작업은 더디다. 도로와 통신이 두절된데다 3일과 4일 피해 현장에 비가 내리면서 구조 인력의 현장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는 주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중국 기상청은 예보했다.

 자오퉁시에서 루뎬현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막혀 걸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루뎬현 관계자는 이날 중국 중앙(CC) TV에 “ 교통과 통신 두절은 물론 가옥과 학교·병원·파출소 등이 모두 폐허로 변하는 등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루뎬현 인근 뉴란(牛欄)강은 여러 곳이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로 막혀 언색호(堰塞湖, 지진 등으로 계곡이나 하천이 막혀 형성된 호수)가 생기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군은 윈난 군구와 육군 제14집단군, 윈난 무장경찰대 등 4000여 명이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이 큰 72시간(골든타임) 안에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넓고 하룻동안 수백차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오퉁시는 혈액이 부족하다면서 주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호소했다. 룽취안(龍泉)촌의 초등학교 옆의 공터에는 급히 마련된 텐트에 부상자가 가득했고 대다수가 중상자라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구호약품과 시설이 부족해 머리에 피를 흘리는 젊은이가 텐트 밖에서 지혈만 하는 실정이다. 중상자들이 계속 초등학교 옆 구호 텐트로 후송되고 있지만 의료진은 간단한 응급처치 외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날 쿤밍(昆明)공항에는 중국 전역에서 온 의료 인력과 자원봉사자로 북적거렸다. 베이징에서 전문의 15명을 이끌고 왔다는 뤼저우(綠舟)응급구조센터의 리싱장(李興江) 응급부장은 “재난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기 위해 구호물품과 의료장비를 갖고 왔다 ”며 서둘러 차량에 몸을 실었다. 기자도 자오퉁에 도착한 후 지진 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구조 인력과 의료진을 제외한 차량은 모두 현장 30㎞ 밖에서 접근이 차단되고 있었다. 지진 전문가들은 ▶피해 지역이 진앙지에서 7.5㎞로 가까웠고 ▶가옥 대부분이 토담집이고 ▶산세가 험한 데도 인구밀도(㎢당 265명 거주)가 높아 피해 규모가 컸다고 분석했다.

 쓰촨 성 청두(成都) 주재 안성국 총영사는 “ 한국인 피해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 희생자들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 한다”는 위로전을 시 주석에게 보냈다.

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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