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성장과 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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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성장과 분배의 균형 및 조화는 경제 정책의 최대 과제이다. 그런데도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놓고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워왔다. ‘선성장 후분배’를 주장하는 보수측은 성장률이 올라가면 저절로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낙수효과’를 강조한다. 반면, 진보측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른 분배에 두고 이런 분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1950년대와 1960년대 대부분 선진국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고성장을 경험하는데, 이 기간에 소득불평등이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그 때와 같은 유형의 고성장에 따른 소득불평등 하락 현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당시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진단이다. 즉, 앞으로는 고성장으로 분배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는 필연적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세계적인 고도성장 기간에 우리나라도 소득불평등이 다른 나라들처럼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부터는 성장률 저하와 소득 분배 악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찾아 내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보수 정권 하의 경제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찾는데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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