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계기로 본 과학교육의 개선방향|고교과학교육 보다 확충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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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육개혁과 때를 맞춰 과학계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과학다운 과학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과학교육은 입시위주·배점상의 불공평 등이 원인이 되어 한참 지능발달이 왕성한 시기인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발전은 두뇌싸움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과학교육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바람직한 과학교육의 개편방향을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본다.
◆정연태교수(서울대사대 물리학과)=그간 우리나라에서 과학교육진흥을 위한 시도는 적지 않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과학이 해마다 축소돼 왔음을 주지할 수 있다.
이는 대입예시와 본고사에서 과학이 소외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이번 임시제도개혁을 계기로 해소되리라본다.
그러나 과학교육의 방향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학인재의 조기교육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약국가가 생존할 유일한 길은 고도의 과학기술배양 뿐으로, 이를 위해서는 전체 과학기술인력의 저변확대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예화한 고급두뇌의 배출이 급선무다.
79년에 중학교2, 3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IQ1백20이상의 학생2천5백5명중 13%인3백28명이 하위성적을 나타냈는데, 이들은 특수학급 등의 교육제도를 통해 훌륭한 과학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우수 두뇌를 수용하는 과학고교의 운영방식은 적성검사에 의한 학생분류로 일반학교에 특별학급을 설치, 운영해도 중고 새로 지역별 과학고교를 설립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대학이나 국가연구기관·과학원 등에서 종합적으로 지원토록 하며 중학교·국민학교로도 점차 확대돼야한다.
◆정완호연구원(문교부 과학교육담당)=현재 과학교육이 안고있는 문제는 대입예시의 점수배정에 따른 모순과 주입식·나열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문교부 교육과정상의 고교수업시간은 총 3천4백56∼3천7백80시간으로 그중 과학교육은 문과가 2과목에 2백88∼3백60시간, 이과가 4과목에 5백76∼7백20시간을 배우도록 되어있다.
교육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시간배정은 전체 수업시간의 9.5%, 19.5%를 차지해 선진공업국에 뒤지고있다.
게다가 대입예시의 점수배정이 물리·화학 등 4과목에 60점으로 사회·세계사 등 4과목 60점과 똑 같다. 사회·세계사 등은 과학에 비해 수업시간이 절반밖에 안되고 또 점수따기도 과학보다는 쉽다.
비록 자연계열입시에서 과학쪽을 선택한 학생에게 5∼10점의 우선점수를 준다지만 사회쪽 선택과목에 응시한 학생보다 점수에서 앞서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자연계에 응시하면서 사회·문화 등을 선택과목으로 택하는 모순이 나오는데 고등학교 때 과학을 외면하고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을 과연 과학인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이런 모순의 개선은 수업시간에 따른 예시점수배정, 학문적 의욕없이 자연계대학진출 억제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서연호교장(숭문중고교·이학박사)=학교측도 좋은 대학에 더 많은 학생을 입학시켜야 된다는 보이지 않는 중압감 때문에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 과학교육 쪽이 소홀히 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교육개혁이 입시의 짐을 덜어주고 올바른 인격형성을 위한 전인교육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뒤떨어진 사고력을 배양하고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과학교육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교에 입학하면 종합적인 적성검사를 실시해 과학에 특이한 자질이 발견되는 학생에게는 정규과정 외에 실험실습위주의 특별활동을 강화시켜 장기적인 과학기술인력자원확보의 토대가 되도록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과학교사확보와 실습기재 구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겠고 대학입시에도 어떤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의 인문계를 지망하거나 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은 고교과정이 과학에 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므로 생활과학적 측면에서의 고려가 있어야한다.
즉 과학교육을 전과목(물리·화학·생물·지학)으로 확대시켜 과학적 사고와 기초지식을 닦도록 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게 한다. 현재 교과서안의 중복된 부분을 통합하여 남는 시간은 실험실습시간으로 보강하는 방법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윤재석·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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