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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들이도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정상화를 막아온 고질병, 과열과외가 국보위의 단안으로 자취를 감춘지도 2O여일이 지났다. 꽉짜인 과외 「스케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된 수험생, 무거운 교육비부담을 덜게된 학부모들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과외폐지 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당황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18일 상오 주부교실중앙회 강당에서 열린「과외수업폐지에 따른 가정교육좌담회는 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마련된 자리.
연사로 참석한 손인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수석연구원) 김영직(서울대교수) 김신일(서울여대교수) 이상봉(이화여대교수) 이성진(서울대교수·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병운(주부)씨외에도 많은 학부모가 자리를 같이해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먼저 이상금교수는『지금까지는 과외 공부시키는 것으로 부모노릇은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 편리한 핑계가 없어진 이상 부모는 부모로서의 고유임무를 되찾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과외가 없어진 후 당황하고 있는 것은 교육이 그만큼 타율적으로 치닫고있었다는 증거이고, 때문에 가장 시급한 일은 자녀들에게 자율적인 생활 습관 및 학습태도를 심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열과외철폐는 교육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전제한 이성진교수는 진정한 교육정상화가 이루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의식의 변화가 뒤따라야한다는 주장을 펐다.
첫째는 「교육을 보는 눈」이다.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임을 학부모 모두가 철저하게 재인식해야 한다.
둘째는 「교사관」으로서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내 자녀의 인생지도자로서 대접해야한다.
셋째, 자녀를 부모의 도구로 여기는 도구적 자녀관은 자녀의 독립된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자녀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습관」, 공부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할 때 제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지 누가 밀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신일교수는 『과외철폐에 적절한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과외와 같은 제2, 제3의 교육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 후속조치의 하나로 「취직시험의 학력철폐」를 꼽았다. 일류대학을 나와야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는 사회풍토가 계속되는 한 일류대학 진학을 위한 비정상적 경쟁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과외가 없어진 후 일류학원강사의 강의가 녹음「테이프」에 담겨져 판매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
과외가 없어지기 전까지 남편봉급의 반 이상을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의 과외비로 써왔다는 이병운주부는 『남는 시간을 자녀와의 대화시간으로 정하고 얘기를 나눠봤는데 내가 무척 뒤떨어져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민간단체나 지역사회후원회 같은 곳에서 학교와 유대를 가지면서 부모들을 재교육시켜 주었으면 좋겠다는게 그의 바람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영직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자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의 목적은 세속적 차원에서가 아닌 보다 깊은 인생의 차원에서 승리하는 자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타율적으로 자라난 인간은 결코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것.
그러나 지금까지「과외」등 타율적 학습습관에 젖은 자녀들을 하루아침에 자율적 인간으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차츰차츰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상봉교수는 그 자율을 심어주는 한 방법으로 어머니자신이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자고 제안. 또 지금까지 가정교육에서 소외되어온 아버지의 역할이 다시 살려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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