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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맞춤기술' 시대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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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IBM의 폴 모스코비츠 수석연구원이 전자태그로 슈퍼 등에서 산 물건 값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품에 부착된 전자 태그는 지금처럼 바코드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물건값을 계산해 준다.[IBM 제공]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호손에 있는 IBM의 웟슨연구소. 이 연구소는 지난 6~8일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텔레매틱스(자동차 길잡이)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언론인들에게 공개했다. 웟슨의 텔레매틱스는 '샐리'라는 이름의 안내원을 내세워 JF케네디 공항까지 최단거리로 가는 방법과 현지 날씨를 알려주고, 운전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틀어주며 가상의 운전자를 인도했다. 한 10분쯤 달렸을까. 샐리는 '항공기의 출발 지연'까지 포착해 알려줬다. 공항에 도착할 무렵 e-메일이 왔다. 운전자는 샐리가 읽어주는 메일 내용을 듣고 답장을 음성으로 날렸다. 샐리는 이를 문자로 바꿔 보냈다. 웟슨연구소는 이 차세대 텔레매틱스를 2010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외벽 유리를 온통 검게 코팅한 이 연구소 건물 1층에서 연구소 측은 전자태그(RFID) 기술도 보여줬다. RFID가 달린 물품이 계산대를 지나가자 자동으로 물건값이 정산됐다. IBM은 중앙연구소에 해당하는 웟슨연구소를 비롯해 전 세계 6개국에 8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3200여 명의 연구인력이 일하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연구 조직이다. IBM연구소는 지난해 3248건의 신규 특허를 획득했다. 주요 경쟁사인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10개 대형 IT 회사들이 획득한 특허 건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숫자다. 연간 기술특허 로열티 수입만 약 15억 달러에 달한다.

IBM 연구소장인 폴 혼 박사는 "사업 기회를 선점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10년 후 ▶비즈니스와 기술을 결합하는 핵심 요소인 웹(web) ▶정보를 찾고 듣게 하는 음성기술 ▶나노기술(NT)이 미래 생활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0년대 말 탄소원자로 글씨를 쓰는 기술을 개발해 노벨상을 탄 이 연구소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원자 하나당 1바이트 비율로 테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초고집적도 저장장치를 개발 중이다.

IBM은 최근 '온 디맨드(On demand)'란 경영 슬로건을 내걸었다. 2001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샘 팔미사노 회장이 주창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자 차세대 패러다임이다. 고객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제공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을 주도한다는 뜻이다. 웟슨연구소가 2003년 300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컨설팅 조직인 '온 디맨드 이노베이션 서비스(ODIS)'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조직은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초기에 투입돼 최단기간 안에 경영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여기에는 18만 명의 IBM 전문인력이 동원된다. 대만의 사이노펙 은행, 일본의 미쓰코시 백화점, 한국의 포스코가 웟슨연구소의 ODIS 서비스를 받고 있다.

호손(뉴욕)=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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