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도 구두쇠 「바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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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인들도 「바캉스」에 구두쇠작전을 펴고 있다. 「유럽」사람들에게 황금 「바캉스」 철은 7월부터 9월. 이 기간에 대게 외국나들이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외국나들이 휴가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휴가를 「바캉스」철에 즐기기보다는 연중 편리한 날을 택하고 있어 덕분에 각 직장의 일손이 여름철이라 해서 달리지도 않는다.
이처럼 구두쇠작전을 펴지만 7월에서 9월까지 각 국의 고속도로는 여전히 「바캉스」가는 자동차 행렬로 메어지고 있다.
이 3개월 동안 「프랑스」에서는 2천7백만 명, 서독에서는 2천만여명이「바캉스」행렬에 끼여든다. 여름철「바캉스」이긴 하지만 이들의 여행이 피서를 위한 것은 아니다. 중북부「유럽」에서 한창 덥다해도 섭씨 25∼26도를 넘는 날은 드물고 대충 2O도 내외를 기록하는 날이 많아 지중해 연안의 맑은 하늘, 쨍쨍한 태양을 찾아 나서는 게 주된 목적이다.
올해는 더욱이 기상이변으로 냉랭한 날이 많아 영국의 경우 이번 여름평균기온이 섭씨 15도 내외를 기록하고있어 영국사람들은 『무더위를 찾아』지중해 연안이나「카리브」해 쪽으로 몰려간다고 표현할 정도다.
대부분 외국여행으로 특징지어지는 「유럽」이 사람들의「바캉스」행렬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눈에는 호사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철저한「구두쇠 작전」이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여파가 영향을 주어「프랑스」의 경우 해마다「바캉스」를 떠나던 사람들의 45%가 「주머니가 가벼워」여행을 포기했고 「바캉스」인구의 67% 국내여행으로 만족하고 있다.
보통 때 같으면 「바캉스」라면 거의가 외국여행이었던데 비하면 큰 변화다.
그래서 『될수록 가지말고, 될수록 더 가까운 곳으로, 될수록 짧은 기간을』 이라는 「바캉스」 유행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국 같은 데서는 대서양횡단 항공료와「홍콩」행 항공료를 75%씩 할인한 단체·전세관광객을 모아 그나마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아직 불황을 덜타는 곳은 그래도「유럽」의 경제대국인 서독. 「유럽」의 관광지 중 가장 물가가 싼「유고슬라비아」에만 현재 1백50만대의 서독자동차가 몰려가 있다.「유고슬라비아」의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독어사람들은 원래 「이탈리아」나 「스페인」 쪽을 좋아했으나 올해는 그쪽의 물가도 비싸지고 「테러」사건이 잦아「유고슬라비아」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두쇠 작전으로 관광업소의 불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캠핑」 여행이 「바캉스」의 주종을 이루고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음식물까지 장만해 차에 싣고 떠나기 때문에 남불의 관광업소들은 60∼70%가 지난해보다 매상실적이 나빠 고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관광지의 「슈퍼마키트」나 잡화점·「레저」용품 상점이 호황을 누린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캠핑」족들을 위해 전국에 4백 개소의「캠핑」장소를 준비했으나 밀어닥치는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중해 연안의 명승지 「코트다쥐르」 해안에는 15만개의 「텐트」수용시설을 마련했는데도 벌써 25만 여대의 자동차가 밀려 혼란을 빚고있다.
서독의경우도 「바캉스」의 주류는 역시 구두쇠 족이다. 9O%이상이「호텔」을 외면하고 절반은「캠핑」, 나머지 절반도 민박으로 돈을 아낀다. 여행을 떠나는 자동차 속에는 물론 빵·우유에서부터 감자· 양파에 먹을 물까지 준비해 떠난다.
모두가「바캉스」는 즐기되 1년 동안 아끼고 아꼈던 비용을 자기 나름대로 더욱 아끼자는 절약형 「바캉스」 가 「유럽」 사람들의 중요만 생활습성이 되어 버렸다.

<런던·본·파리=장두성·이한경·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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