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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 앞 책상 네 번 내려친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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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4월 발생한 육군 윤모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민구 국방장관의 현안보고를 받는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가 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뒷모습)는 이날 군 기강 문제를 질책했다. 맞은편 왼쪽부터 한 장관,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 [김형수 기자]

“쾅!” 일요일인 3일 오후 국회 본청 새누리당 대표실. 김무성 대표는 일곱 문장을 말하는 동안 책상을 네 번이나 내려쳤다. 지난 4월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에게 선임병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 현안 보고를 받으면서다.

 ▶김 대표=“천인공노할 이런 일을 당했는데….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살인사건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장관은 자식도 없어요. 그걸 또 왜(쾅!) 비공개로 (은폐)하려고 그래. 4월 7일에 발생한 건데, 쉬쉬하고 덮으려고 그래요.(쾅!)”

 ▶한 장관=“저희가…”

 ▶김 대표=“(말을 끊으며)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문책 범위가 이것밖에 안 돼요?(쾅! 쾅!) 치가 떨려서 말이 안 나와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한 장관은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이인제 최고위원 쪽으로 마이크를 밀었다. 이 최고위원은 “내무반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다는 건 군 전체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라며 “부모들이 불안해서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이 “분골쇄신해서 이런 분위기를 치유하겠다”고 하자, 그는 “교과서 같은 얘기하지 마시라”며 “군대 내에 건강한 기강이 살아 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은 “군 출신으로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한 뒤 군복을 벗어버리든지 하라”고 소리쳤고, 해군 참모총장 출신인 김성찬 의원은 “가능한 축소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니 몇 년간 쌓이며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요즘이 창군 이래 군의 기강이 가장 해이한 때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며 “특단의 각오로 군을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윤 일병 사망과 관련해 처벌범위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한 장관의 보고가 끝난 뒤 김성찬 의원은 “관련 내용을 적나라하게 따져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는 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내용을 캐물을 예정이다.

 이날 국방장관 현안 보고는 전날 김무성 대표의 지시로 당에서 요청했다. 일요일에 국회에서 긴급보고회의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한 장관은 보고회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당이 참석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주변에 “흥분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정서가 지금 얼마나 나쁘냐”고 반문했다.

 한 장관은 회의에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사망한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의 충언과 질책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전날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에 입대한 장병을 건강하게 부모님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군 지휘관들의 의무”라며 전 군에 병영 내 ‘구타·가혹행위 색출, 근절 작전’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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