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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자립도 최하위권, 고용률 저조 … 주민들 지역개발 욕구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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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03면

‘예산 폭탄’ 공약은 7·30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 요인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이를 감안해 1일 이 의원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치했다.

‘예산 폭탄’ 먹혔다는 순천·곡성 경제는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공약은 어느 지역에서나 환영받는다. 그중에서도 순천·곡성은 예산에 목말라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말이다.

“지역에 생산 기반이 없으니 돈이 들어올 곳이 없다. 국립대인 순천대가 있지만 공단이 있는 것도 아니니 졸업생이 취업할 곳도 없다. 이런 판에 큰돈을 들여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개최했으니 지자체는 더욱 힘들어졌다. 곡성은 농사로 먹고사는데 올해는 매실 값이 폭락해 따는 사람조차 없다. 살림이 어려워 한의원에서 보약 지어먹는 사람도 없다고들 한다.”(순천의 한 사회활동가)

안전행정부의 ‘2014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순천시·곡성군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18.3%, 6.9%에 불과하다. 2013년(21.8%, 8.6%)에 비해서도 악화됐다. 전국 지자체 평균 44.8%(시 31.7%, 군 11.4%)에 훨씬 못 미친다. 전남의 시 평균, 군 평균(22.1%, 8%)을 까먹는 상황이다.

또 통계청이 올 2월 발표한 ‘2013년 하반기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순천시의 고용률은 57.7%로 전국 시 평균 58.1%보다 낮았다. 실업률은 2.0%로 전남에서도 세 번째로 높았다. 곡성군의 고용률은 70.2%로 군 평균 고용률 65.9%에 비해서는 높았다. 농업 종사자가 많은 때문이다. 통계청은 “군 지역은 농업 종사자가 많고 여성과 고령층의 취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한다.

예산 폭탄 외에 이 의원이 내놓은 순천대 의대 유치, 순천만 정원의 국가정원화 공약도 지역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한 주민은 “순천시 인구는 주변 광양만 권역을 포함해 100만 명에 가까운데 의과대학이 없어 박탈감이 심했다. 의대 유치나 순천만 국가정원화 공약은 다른 후보도 이야기했지만 말 그대로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었고 이번엔 실세가 왔으니 정말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 일반화된 ‘포크 배럴’(pork barrel·지역구 사업을 위해 정치인이 정부 예산을 확보하려는 행태)과 ‘포켓 밸류 보팅’(Pocket Value Voting·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정책을 낸 이에게 투표)이 선명하게 적용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미국에서도 포켓 밸류 보팅은 경제가 어려운 지역일수록 잘 나타나고, 집권 초에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집권 후반기엔 응징 투표가 나타난다”고 했다.

선심공약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세수 결손이 8조~12조원에 이르는 상황인 데다 임기가 1년8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예산 폭탄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예산 폭탄이 1000억원인지, 10억원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 선거와 지자체 선거 후보자만 공약에 드는 재원 조달 방안을 게재하도록 돼 있는데, 법을 개정해 국회의원 후보도 조달 방안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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