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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접수창구」가 「환불창구」로 전업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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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가보위 비상대책상임위원회의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해소방안」이 발표된 지 하루만인 31일 인문계 입시학원에는 아침부터 등록을 취소하는 학생과 수강료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무더기로 몰려들고 새로운 수강신청도 뚝 끊겼다. 또 「아파트」촌과 고급주택가에서 성행하던 「그룹」과외도 여기 저기서 무너지고 있다. 시험준비 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루던 학교도서실은 30일 하오부터 텅빈 가운데 학생들은 군데군데 모아 앉아 여름방학을 보다 즐겁게 보내기 위해 「캠핑」계획을 짜며 모처럼 기쁜 표정들이었다.
서점가에도 학생들이 모여 문학과 철학 및 취미생활에 관한 책을 고르며 수험준비 아닌 순수독서계획을 세웠고 미술·음악·체육활동에 대한 새로운 취미활동 설계에 가슴이 부풀었다.
사실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폭탄세례』라며 사설학원들도 이제 종래의 체질을 개선, 직업인을 위한 강의·취업·어학강습·영재(영재)교육·지진아교육 등을 위한 특수학원으로 전환해야겠다고 말하고 학원강사들의 무더기 전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각 「매스컴」 기관에는 새로운 교육조치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쳐 이번 조치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학원가>『여름방학 대특강』『1개월 집중완성』 등의 「슬로건」을 내 걸고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던 사설입시 학원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국보위의 발표가 있은 뒤인 30일 하오부터 서울숭인동 S학원에는 8월 강좌에 등록했던 고교 재학생 1백50여명이 등록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으나 처음에는 원장이 자리를 비웠다며 환불을 해주지 않다가 31일부터 환불을 시작했다.
주간 8개반(학생4백명)과 야간 4개반(학생 2백명)을 개설, 비교적 영세한 이 학원 수강생 중 50%는 재학생이어서 앞으로 수강할 수 없고 재수생 중에도 수강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학원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종로1가 S학원은 여름방학을 맞아 60개 강좌를 개설해 2천 여명의 등록을 받았으나 국보위 발표가 있은 뒤인 30일 하오부터 등록접수창구는 삽시간에 환불창구로 변해 고교재학생들이 한번에 수십 명씩 몰려 환불을 요구했다.
서울동자동D학원, 종로1가 J학원은 수강생중 재학생이 80∼90%여서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의 인문계사절학원은 3백70개소로 서울에 79개소(이중 입시학원은 42개소)가 있다.

<과외> 주부 안상숙씨(48·서울압구정동H「아파트」)는 지난달28일부터 4주 예정으로 둘째 아들(18·K고 3년)과 학교급우 4명을 한 조로 1명이 과목당 10만원씩 국어·영어·수학에 대한 과외를 시작했으나 30일 하오 당장 돈을 되돌려 받고 과외를 중단했다.
고급주택가와 「아파트」촌에는 국보위의 과외해소대책이 발표된 30일 하오부터「그룹」과외가 곳곳에서 무너졌다.
「아르바이트」로 과외지도를 하던 대학생들도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고 부산하다.

<학교 도서관·서점> 방학중인데도 정원4백석의 서울B학교(혜화동) 도서관은 30일 상오까지도 입시준비를 하는 학생들로 만원이었으나 하오 5시부터 60∼70%가 빠져나갔고(평소에는 하오10시까지 만원) 31일에도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서울종로2가 S서적「센터」·S당 등 책방에는 31일부터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은 고교생들이 5∼6명씩 짝을 지어 몰려들어 문학·철학·취미서적들을 고르고 있다.

<교사·학생> 서울계성여고 3년 최모양(18)은 지난해처럼 이번 여름에도 「바캉스」계획을 단념했으나 발표가 있은 뒤 급우들과 연락, 「캠핑」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성고교사 김상조씨(30)와 심석종합고교사 허남선씨(30)는 대입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데 따른 학교차 해소·치맛바람 방지 등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과외교사> 2개 「그룹」의 대입수험생들에게 과외지도를 했던 김중희씨(28·대학원생) 는 『월80만 원되는 과외수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지탱했으나 이제는 다른 생계수단을 찾아야겠다』며 평소에 과열과외를 부채질하는 것 같아 꺼림칙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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