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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의 「교육개혁」결단을 보고|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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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계에 비상히 걸렸다. 일부에서는 교육 혁명이라고 까지 부르고 있다. 고질 이였던 교육부조리가 드디어 수술대 위에 오른 것이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상임위의 「교육 정상화 및 과열과외해소방안」의 발표가 있자,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떠들썩하도록 큰 충격을 받고 있지만 그 충격 속에서도 일반적 반응은「획기적이고도 긍정적」인 조치로 환영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교육학자·일선교사·학부모는 이번 조치를 어떻게 보는지 긴급 좌담으로 엮어본다.
신=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왔던 과열 과외가 이번 조치로 해서 해결의 길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우선 교육학자의 입장에서 저의 느낌부터 말씀드린다면 이번 조치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문제가 해결되고. 잘못 된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잘못 된 전철 다신 안 밟도록
구=대학입시제도가 고교 교육에 주는 영향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보위 조치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본고사를 치르지 않고도 예비고사와 내신성적만으로 충분히「능력 있는」학생을 선발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신 성적을 둘러싼 부작용도 염려되지만 우선 내신 성적 제를 도입하면 어떤 강점이 있느냐를 먼저 말씀드리죠.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과외를 받는 학생들일수록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게 통례처럼 돼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들 학생들의 학교 성적은 자연 좋지 않았어요. 이들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냐 없느냐는 별개문체로 하고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내신 성적을 둘러 싼 치맛바람 문제인대 고교의 경우는 교과목이 무려 16∼18개의 교과목으로 나누어져 과목마다 교사가 다르고 또 1년에 3∼4회의 정기 고사를 통해 시험 성적을 내기 때문에 학부모 치맛바람을 부리려해도 16∼18명의 교사를 상대로 1년에 3∼4차례나 해야 된다는 거죠.
교사 관리의 철자와 시험비밀보장·고사답안지 보관의 철저 등으로 제도적 보완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대학입시라는 선발방법은 원칙적으로 대학인의 하나로서「학문할 수 있는 자격」의 소지여부를 심사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예비 고사가 이러한 자격심사를 위한 평가기준으로서 얼마만큼의 타당성을 갖는가에 대한보고는 어느 하나도 나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는 있겠지요. 지금까지는 이와 같은 자격심사보다는 누가 더 많은 점수를 받았는가 하는「경쟁」에만 의존해 온 것이라고요.
학생의 수준을 교사의 기준에 맞추다보면 학생의 천재성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되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이것은 제 의견인데 예비 고사도 경쟁시험 아닌 자격 시험화 하여 어느 수준 이상이면 합격하도록 하고 또 한번 합격하면 일정 기간 동안 그 자격을 갖고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주·객관식 출제 바람직한 일
구=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로만 대학신입생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은 이번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골자 가운데 하나인데, 제 생각으로는 그 동안 예비고사가 10년 넘게 계속돼 오면서 제도로서 정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신력도 크게 확보했다고 봅니다.
현행 예비고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바로 과목당 점수배점의 불합리합니다. 우선 영·수·국의 비중이 너무 커요. 이 세 과목이 총점3백40점의 45%에 가까운 1백50점입니다. 이 때문에 과목에 따라 학교수업에서는 단위수가 많은 과목도 예비고사 점수 상으로 푸대접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신=예비고사에 주관식과 객관식을 혼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은 일입니다. 요즘 교육의 세계적 흐름은 바로 단편적 사질의 암기보다는 이른바 「찾는 공부」즉 지식의 체계를 세워 나가는 것인데, 이 점에서 주관식 시험제도가 객관식보다 훨씬 좋은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단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60만 명이 넘는 응시자의 채점을 어느 점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공정히 할 수 있느냐, 또 현실적으로 그럴만한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관식 시험은 한 사람의 답안지를 여럿이 들려가며 보는 게 원칙이랄 수 있지 않습니까?
취=현재 고교에서의 일반시험은 주관식과 객관식을 혼합해서 치르고 있습니다. 제 생각도 예비 고사출제 방식이 궁극적으로는 주관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예비고사의 문항 수를 늘리는 일, 그리고 고사시간도 하루 5시간에 끝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두고 실시하자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신=입학정원의 대폭 증원은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증원은 수도권인구 억제 원칙에 묶여 지방대학에만 허가되어 왔는데 이 때문에 시설 면에서 더 나은 서울의 학생들이 지방 유학을 가는 모순이 생겼습니다. 이번의 증원은 이런 점을 좀더 고려, 적당한 지역적 안배가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졸업정원제도 실시에 앞서 대학에서의 졸업과외 방지책, 중도 탈락자들의 누적에 따른 대책 등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구=대학정원중원은 지방보다 서울이 더 시급합니다. 매년 보면 서울지구의 예비고사 「커트라인」이 지방과는 7O점까지 차이가 납니다. 서울과 지방의 학력 차가 현격한 것이 현실이에요.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어느 학교나 일률적으로 증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겁니다.
부담 줄 일 유사 과목 통폐합
김=우선 많이 뽑아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만 졸업시킨다는 것은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입학 인원이 졸업 정원의 1백30%다. 1백 30%다 하는 것이 결국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밑에서 30∼40%안에 낀 사람은 탈락해야한다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일류대학에서 꼴찌하는 사람은 탈락하고 삼류대학에서 1등 하는 사람은 졸업하게된다는 부조리는 없을까 걱정입니다.
신=그런 폐단을 막기 위해 졸업 정원제를 대학별로 실시 할 것인지 국가학사고시제의 성격을 지향할 것인지 현명하게 선택해야할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처럼 어떤 지방의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수에게 배웠더라도 국가고시만「패스」하면 졸업 자격을 얻는 국가 학사 고시 제가 바람직한 것 같아요. 그것이 또한 대학의 평준화를 실시하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하구요.
구=그렇다고 해서 교과 수준을 무조건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수준이 반드시 높다고는 볼 수 없고 고교평준화이후 고교생들의 평균 학력이 계속 저하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아도 그래요. 과목 수가 너무 많아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어온 것은 사실이에요.
유사과목은 통폐합하는 것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김=TV 가정 고교방송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방영시간이 너무 늦어 건강에 무리를 준다는 게 흠이었는데 28일부터는 시간이 40분 앞 당겨졌더군요. 현재 바라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예비 고사 전과목을 방영해서 예비고사용 과외를 안 해도 되게 해주는 것입니다.
구=일선교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TV과외는 어디까지나 학교교육의 보완재라는 사실입니다. 요즘 일부「매스컴」에서 TV과외가 교육의 전부인양 부각시키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입니다.
큰 불 끄고 나면 장기대책을
신=교육방송이 공영방송이라면 전각에 했어야 할 일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NHK만해도 하루 18시간의 교육방송으로 성인과 학생의 폭넓은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80%의 학교 교실에 TV가 설치되어 방송매체가 지닌 장점을 십분 교육에 팔용하고 있지요.
현재 우리 나라는 방송 통신고교나 방송 통신대학이 모두 「라디오」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TV화 하야죠. 또 시청자의 관심을 놓치지 않고 계속 끌 수 있는「프로그램」의 개발도 중요합니다.
김=공직자 자녀의 과외 금지, 과외교사 등록제 등 이번 조치는 대부분 찬성하지만 기회균등이란 의미에서 조금 문제인 것 같아요.
구=그런데 실제로 보면 공부 못하는 학생보다는 1, 2등 하는 학생이 더 극성스럽게 과외를 하거든요.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부터 과외를 금지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리라 믿어요.
김=이번 과열과외방지책은 우선 발등의 불은 끄고 보자 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불이 꺼지는 대로 장기적인 교육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합니다. 그래야만 본고사과외가 예비고사과외로 바뀌는「눈 가리고 아옹」식이 막아질 수 있겠죠.
신=기업체에서 사원을 뽑을 때 고졸 출신을 어느 비율까지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쿼터」제는 우선 대졸 자와 고졸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고등학교만 나와도 진출 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져야 하겠구요. 「쿼터」제도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다는「잽·디스크립션」, 즉 고졸자로도 충분한 일을 대학 출신이 하는 인력의 낭비를 줄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 이번 기회에 미국처럼 직업인들도 5년이고 10년이고 일정 학점 만 따면 학위를 얻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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