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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기풍이 넘치는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무원 사회와 국영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정화작업이 일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듯 하다.
그 양에 있어서나 질에 있어 일찍이 예를 찾기 어려울 만큼 본격적이고도 철저하게 결행된 정화작업이 이토록 신속하게 마무리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미 관계나 국영업체에서는 정화에 따른 후속인사도 착착 진행되어 업무의 공백을 메우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일에 임하는 기풍도 차차 조성돼 가고 있다고 들린다.
이번 정화작업을 통해 나타난 국보위의 의지는 민간분야에도 반영되어 사회 각계에서도 스스로의 자세를 새로 가다듬는 기운이 팽배하고 있어 앞으로 명실공히 「깨끗한 사회」 「정당한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사회」를 기약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든 도덕적 기준이 흔들리거나 무너져서는 그 사회의 존립·발전은 불가능하다. 대다수 성원의 평범한 양심적인 일상생활이 소수의 부정부패로 침해당하는 현상이 오래 방치되어서는 그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안정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공직자 사회의 부정부패는 국민적 일체감을 훼손하고 국가의 지향마저 그르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보위가 전에 볼 수 없던 결단력과 의지로 공직자 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과감히 도려낸 것은 80년대의 새로운 발전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불가피한 한 과정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권력형 부패와 정치인의 비리를 척결한 것은 새삼 그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이제 사회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전체사회의 도덕적 분위기를 해치는 작태는 있어서도 안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
모든 공직자는 자리를 「권세」, 또는 「이권」으로 보던 과거 일부의 고정관념을 떠나 「책임」과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투철한 의식으로 직무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정치인도 득표와 인기를 위한 구호로서만이 아닌 희생과 봉사의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겠다.
사회 각계의 모든 국민들도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번 정화작업은 단순히 우리 사회를 깨끗이 한다는데만 뜻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국보위 당국이 공무원 정화작업을 사회개혁의 첫 단계라고 말한데서도 느껴지지만 이번 정화작업은 우리가 맞을 새 시대, 또는 우리가 건설할 「그 무엇」을 위한 하나의 정지작업 또는 기반조성작업이라는데 더 깊은 뜻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말하자면 지난 세월의 누적된 폐단을 일소하고 깨끗이 마련한 새 기반 위에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윤리관을 확립하자는 일이요, 새로운 역사를 출발시키자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정화작업은 거창한 일의 시작일 뿐이며 그것이 마무리됐다 하여 일이 끝난 것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막 마련되고 있는 깨끗한 기반 위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훌륭하게 건설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누구나 이 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힘과 지혜를 다해야 할 것이며, 당국은 이의 추진을 위한 힘과 능률의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높은 도덕적 수준이 유지되고 윤리적 기풍이 넘치는 사회를 구현할 한 계기로, 또는 한 출발로 정화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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