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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해도 민주주의 누릴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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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23일 UPI동양】이희성 계엄사령관은 22일 『김대중은 내란음모 및 정부 전복기도혐의로 8월에 재판을 받게 된다』고 말하고 『김이 조사를 받는 도중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외국 소문은 결코 신빙성이 없으며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법정에 들어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보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령관은 이날 육군회관에서 52명의 주한외신기자들과 가진 간담에서 이같이 말하고 10·26사태와 관련, 징역 7년이 확정된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은 병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자택에서 요양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사태에 대해 이사령관은 이 사태에서 사망자수는 1백89명 (군인 23, 경찰 4, 민간인 1백62)이라고 말하고 『이 사태에서 계엄군은 명령을 받고 작전했으며 계엄군의 모든 행동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사령관은 『세 김씨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는데 민주발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모든 국민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모든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계엄사령관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김씨가 우리 국민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이사령관은 『정치인들은 정치목적을 위해 학생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정치지도자란 이기적인 동기에서 움직이지 않는 높은 품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군은 또 『4·19 학생혁명이나 5·16 군사혁명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군부는 더 이상 「데모」나 치안혼란을 떠맡아서는 안되며 일선을 방위하면서 후방도 맡아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장군은 군부가 강·온 양파로 갈라져 있다는 설에 대해 질문한 외신기자들에게 『작년말 이후 사회 각계에서 소장파가 노장파를 밀어내는 경향이 있었지만 오직 군만은 예외였다. 군은 나의 지휘하에 일치 단결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의 현황은 어떠하며 왜 그와의 면담이 가족·변호사 및 기자들에게 일체 금지되고 있는가.
-김대중이 심문과정에서 부상했다는 해외에서의 풍설은 근거 없다. 5월17일 구속이래 아무에게도 그를 면담하는 것이 허가된바 없는데 누가 그렇게 정확히 말할 수 있단 밀인가.
나 자신도 김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건강상태에 관해 1일 보고를 받고 있다. 그가 앓고 있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다.
다음달 재판이 시작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다. 군수사관들이 그를 마구 때리고 해서 그런 꼴로 만들만큼 무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재판정에 부축받지 않고 제 발로 걸어나올 것이다.
그의 가족이나 변호사를 면담시킨다고 해서 유언비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을 왜곡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신기자들을 만나게 한다는 것도 오히려 사건조사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다.
수사 당국은 이런저런 방안을 검토한 끝에 결국 공판 때에 모든 사람들이 김대중을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의 가족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통보했다.
▲광주사태 때 정확한 인명피해는?
-광주사건으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 1백89명이다. 군인 23명과 경찰관 4명, 그리고 민간인 1백62명 등이다. 「로이터」기자가 광주사태 취재 중 폭행 당했다는 사건은 보고 받은 바 없다. 그러나 계엄사령관으로 계엄군의 모든 행동에 대해 내가 책임진다. 광주에서 계엄군은 작전명령을 받아 작전했으며, 따라서 그 누구도 징계할 이유가 없다.
▲3김씨가 정치무대에서 모습을 감추었는데 민주발전이 어떻게 진전되겠는가.
-나라가 망한 후에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겠는가. 모든 국민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우리는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모든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계엄사령관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김씨가 우리 국민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광주사태는 자그마한 사건이다. 「마이애미」의 폭동 정도였다. 그러나 광주사태가 다른 도시로 번지고 서울까지 번졌다면 전국이 흔들려 「이란」 또는 월남사태로 발전했을 것이다.
한국에 4·19 같은 학생혁명이 다시 있어서는 안되며 5·16 같은 군사혁명이 또 있어서도 안 된다.
또 군이 국내 치안유지에 더 얽매여서도 안 된다. 군이 휴전선을 지키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지 후방 방위에까지 힘쓰게 해서는 안 된다.
외신기자 여러분도 한국이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국가에 대한 위기를 뿌리뽑을 좋은 기회다.
정치인들은 정치목적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종교인도 마찬가지다. 일부 종교인들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의 견해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온 국민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 군은 더 이상 후방의 사회문제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서는 안되고 오직 국가안보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김영삼씨는 연금상태인가.
-그런 것은 사소한 문제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리사욕·돈·권력·미녀 등이 없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는 사리사욕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나는 묻고 싶다. 김영삼씨가 진정 사리사욕이 없었는지를. 나는 후세가 나에게 대해 민주발전을 저해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군이 민주발전의 장애물이라고 말을 하는 외국인들이 있다. 한국의 맹방들은 정당·국회 그리고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기능하는 그런 한국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고 있는데.
-기다려 봅시다.
▲군의 단결은 유지되고 있는지, 강·온 양파가 있다는 설도 있다.
-좋은 질문이다. 작년말이래 각계에서 소장파가 노장파를 밀어내는 사태가 있었다. 오직 군만은 예외였다. 군은 나의 지휘하에 일치 단결되어 있다.
▲어떤 지휘관이 총격을 받았으며 심지어 사살 당했다는 풍문도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답으로 한가지 질문을 하겠다. 외신기자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나, 세계를 위해선가, 아니면 소속회사를 위해선가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 기자가 이념·종교·국적을 초월해서 진리를 보도한다는 「로이터」통신의 사시에 따라 일한다고 답변).
기자들도 의사들처럼 직업선서를 하는가.
-선서는 없으나 보도의 정확성에 대해 끊임없는 심판을 받는다 (역시 「로이터」통신 기자가 답변).
▲정승화 장군은?
-정장군은 신병치료를 자택에서 받을 수 있도록 석방되었다. 신변은 「알레르기」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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