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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지나자 병충해가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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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루하던 장마는 많은 피해를 냈지만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장마에 이어 또다시 전염병의 계절이 눈앞에 닥쳤다. 흙탕물이 빠진 수해현장에는 벌써부터 수인성 질병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 발생이 우려되고 출수기를 맞은 벼논에는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도시 곳곳에도 모기·파리를 비롯한 해충들이 들끓고 있지만 방역에 필요한 약품과 장비 및 인력은 태부족이다. 수해복구작업과 더불어 전염병다발 「시즌」에 대처한 방역태세의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수해지역>
【청주】보은읍내 5천 여명의 이재민들은 이번 비로 상수도가 완전히 끊겨 식수를 구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고있다. 24일 군 전지역에 물이 빠지자 악취와 쓰레기가 뒤덮여 긴급방역이 절실한 실정이나 장비와 의약품 부족으로 제대로 손을 못 쓰고 있다.
특히 보은읍의 경우 보건소가 침수되어 일부장비와 각종 의약품이 유실되는 바람에 긴급 수송된 「디브롬」·DDVT 등 기초소독약품 11「갤런」으로 겨우 소독을 했으며 우물소독약 「하이크론」3백㎏으로 한차례의 소독을 했을 뿐이다.
보은읍은 침수 당시 분뇨가 넘쳐 읍 전역이 오물냄새로 가득 차 있으며 읍 당국은 보사부에 「오졸」1천5백㎏을 긴급지원 요청했다.
도는 침수지역에 파장풍·장「티푸스」등 전염병의 발생을 우려, 예방약 1만4천 명분을 긴급 배정했으나 의료진의 손부족과 우물물 소독약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민들이 떼죽음한 괴북면 고석보·용곡리마을은 날씨가 개면서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냄새가 뒤덮여 있으나 배정된 소독약품은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며 충북의사회는 이날 긴급 지원 의료반을 현지에 파견했으나 아직도 손이 모자라고있다.

<대도시>
서울의 방역취약지역은 상계·중계·하계동 등 철거민정착지와 주택가의 쓰레기적환장. 연막과 분무소독 등 기초방역작업을 펴고 있으나 역시 쥐꼬리 예산 때문에 충분한 방역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지에도 모기가 들끓어 집집마다 창에는 방충망을 달고 밤에는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계동 중랑천주변의 무허가 촌에는 하수도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길 한가운데로 구정물이 흐르는 속에 파리와 벌레가 우글거리고 있다. 쓰레기 수거차가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길가에도 각종 오물이 널려있어 주민들은 날벌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동네 바로 옆으로 흐르는 중랑천에서는 비온 뒤 시커멓고 털이긴 송충이 모양의 벌레들이 기어나와 담벽·방·부엌 벽에까지 달라붙는다.
상계2동 1천2백가구가 사는 이주민촌에는 쓰레기차는 물론 소독차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통행로가 좁은데다 1개동 7백 여명의 주민들에 공중변소가 1개씩 뿐으로 악취와 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금년도 서울시 방역비(소독약품대·예방접종비)는 4억7천만원으로 시민1인당 1백원 미만이다.
7월20일 현재 소독작업은 분무소독이 목표면적 7천만 평방m의 49%인 3천4백40만 평방m, 연막소독은 2천3백회의 35%인 7백90회를 했고 유수지는 3백40개소중 1백13개소, 공중살포는 85개 동에 걸쳐 2회에 그쳤을 뿐이다.
시당국자는 방역장비의 가동율을 90%까지 올리고 있으나 대부분 낡아 대체가 시급하며 연막방역차량 보충과 고용소독수의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농어촌>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 지역은 올 여름 들어 한차례도 연막소독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독나방이 주택가에 번져 이로 인한 피부병환자가 늘고있다.
충주 시봉방동 상방마을은 수해상습지역으로 전염병발생 취약지역이지만 1∼2명의 자체 방역반이 수동식분무기로 형시적인 소독을 하고있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영월국교부근의 쓰레기하치장은 장마철에 소독을 하지 않아 썩는 냄새와 파리·모기가 교실까지 들어와 학생들의 수업에 큰 지장을 주고있다.
경기도 안양시와 시흥군 관내 병원에는 요즈음 하루 20∼30명씩의 세균성 설사병 환자들이 줄을 서고있다.
주민 송춘걸씨(54·시흥군 남면산본리)는 『이 동네에 이사온 지 2년이 지났으나 그 동안 자동연막소독차량이 한번도 이 마을에 온 적이 없다』며 『요즘은 파리·모기 등 각종 해충이 극성을 부려 어린이들이 피부병을 집단으로 앓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사정은 벽촌이나 산간·해안지역으로 갈수록 심해 방역이 거의 형식에 그치고 있으며 조기예방·방역보다 질병이 발생해야 사후약방문식의 소독과 예방접종을 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농작물병충해>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장마로 벼 병충해가 크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부지방을 휩쓴 수해로 출수기를 앞둔 벼농사에 타격이 크다.
더우기 이번 비로 건국에서는 농경지2만2천3백여㏊가 침수 또는 매몰됐다.
평소 벼의 병충해는 성장기인 7월이 고비였으나 올해는 침수피해까지 겹쳐 병충해 피해면적이 예년보다 훨씬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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