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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사소한 행동착오는 무의식적인 연상작용 | 미국 심리학자들의 연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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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는 사람인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하려다 전연 다른 사람이어서 무안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착오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고 오히려 사소한 착오는 일상생활의 주름을 펴주는 윤활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왜 인간은 착오를 자주 범하는가. 「프로이트」는 착오를 『마음속의 서로 다른 의도가 동시에 작용하거나 또는 서로 상반하여 작용할 때 일어나는 무의식적 행위』라고 규정했었다. 이에 덧붙여 최근 몇몇 심리학자들은 「프로이트」의 「서로 다른 의도」를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정보처리 「메커니즘」으로 파악하고 착오는 이 「메커니즘」간의 갈등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미시간」대의 「하워드·셰브린」 교수는 인간이 어떤 사물을 본 순간에 뇌의 전기적 반응을 측정한 결과 그 사물을 보고 무의식적 연상작용을 하는데 있어 뇌파에 큰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벌의 그림을 순간적으로 보여주면 벌이 주는 뜻에 따라 꿀·침 등을 떠올리는 사람과 발음이 비슷한 술·불을 연상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이때 뇌파의 크기에 변화를 보인 사람은 벌의 뜻에 따라 연상을 했고 발음에 따라 술을 떠올린 사람은 그 순간에 규칙적인 뇌의 활동이 불규칙하게 됐었다. 착오는 바로 이러한 무의식적 연상이 어떤 계기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라고 「셰브린」 교수는 풀이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대의 「로널드·놀먼」 교수는 잠재의식 안에는 유년기의 기억이나 원초적 본능, 성취동기 등이 들어 있어 순간 순간마다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선험적 행동공식이 있는데 이것이 너무 강하게 나타날 때 착오에 의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고 말한다. 「놀먼」 교수는 지난 2년간 2백여 가지의 착오 사례를 수집, 마음속·정보처리 「메커니즘」간의 갈등이 어떻게 착오로 나타나는가에 대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착오를 유발하는 첫번째 유형은 선입관에 의한 것이다.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지표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보에 접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수용하게 된다. 이때는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결과를 미리 결정해 버리는 방심 때문에 착오가 발생한다.
두번째는 행동화 과정에서의 착오. 두 가지 이상의 의도가 동시에 일어날 때 나타나는 착오다. 어떤 물건을 보고 「좋다」라고 할 것인가, 「괜찮다」라고 할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다가 자신도 모르게 「좋잖다」라고 전혀 상반된 뜻으로 표현해 버리는 것이 이런 경우다.
셋째는 습성에 의한 착오다. 오늘 하던 습관이 무의식중에 몸에 배어 있다가 엉뚱하게 나타난다. <「사이컬로지·투데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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