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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한 「리건」 고달픈 「카터」|미 민주-공화당 백악관 행군 중간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리건」,「부시」의 대통령 후보 「티키트」를 결정한 미국 공화당은 민주당의「카터」후보에 비해 한달 가량 먼저 전열을 가다듬어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에 비해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는 「카터」 대통령은 8월의 민주당 전당 대회를 앞두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케네디」의 도전에 전력을 소비하는 한편 국내외의 산적한 정무를 해결해야 하는 2중 부담을 안고 있다. 「인플레」와 실업자 문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해결 방향 등은 「카터」의 공과가 될 것이므로 그의 재선 여부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카터」는 우선 「케네디」를 공식적으로 물리치기 위해서는 아직도 1개월 정도를 더 시달려야 하고 그 다음에「리건」과 대항해야 하기 때문에 「카터」 진영의 선거 전략은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올·코트·프레싱」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리건」으로서는 그런 부담 없이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카터」 보다 10%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순조롭게 선거 체제를 출범시킨 셈이다.
그러나 「리건」의 인기가 지금은 앞서고 있다고 해도 조직력에 있어선 아무래도 4년간 현직 대통령 자리에 있은 「카터」쪽이 우세하다.
4년 전「워싱턴」의 모든 기성 정치인들을 놀라게 했던 「조지아」사단의 저력이 그동안 다
가온 막강한 조직력을 총동원, 「리건」의 약점을 구석구석 파고 들것은 뻔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인플레이션」·실업 등 악화된 경제 문제는 「카터」에게 가장 불리한 「핸디캡」이다.
「카터」 행정부는 석유 파동으로 야기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주장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공화당 행정부 시절 10%였던 「인플레이션」이 지금은 20%가 되고 실업율도 2배 이상 늘었다』고 공격하는 공화당의 주장에 더 공감한다.
따라서 「카터」측으로서는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과감한「경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이것이 경제 백서의 형태가 될지 감세 안과 같은 새로운 제안 형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재선을 노리는「카터」로서는 최소한 경제 문제에 관한 꿈을 미국인들에게 제시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리건」이 중산·백인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역이용,「카터」는 흑인이나 저소득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세울 것이다. 이번 공화당 전당 대회의 총 대의원 중에서 흑인 대표가 3%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민주당 쪽에서도 열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카터」 진영은 여성 문제에 관해서도 「리건」측의 약점을 파고들것이 분명하다. 비록 23년 전의 오래된 일이긴 해도「리건」자신이 재혼한 몸이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강령 중에 유산문제 등이 여권 운동가들의 반발을 사고있다는 사실 등은「리건」에게는 결코「플러스」가 될 수 없는 요인들이다.
무엇보다도「카터」에게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무기로 사용될 것이다.
백악관에서 국사를 성실히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대통령답게 보이는 전략』을 강화시킨다면「카터」의「이미지」는 회복의 기회를 맞을지도 모른다.
현직의 강점을 이용하는 전략의 하나로「카터」는「뉴스」의 각광을 한 몸에 받는 미국대통령의 해외 여행도 한번 시도해 봄직 하다.
「카터」가 아무리 선거운동에 바쁘다해도 그가 도전자「리건」과 1대1로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보다는 『공군 1호기』를 타고 외국을 방문해서「뉴스」를 독점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외국 행차를 한번하고 나면 인기가 평균 5%쯤 상승하는 미국유권자들의「순진성」을 백악관 참모들이 모를 리가 없다.
미소간의 관계는 너무 악화됐고「유럽」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하게 만들어 놓은「카터」에게는 아마도 중공 정도가 가장 손쉬운 방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건」의 2개의 중공 정책에 몹시 불안해 하고있는 중공으로서는「카터」가 방문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카터」는 미·중공 국교 정상화라는 『새 질서』에 도전하려는「리건」을 점잖게 반격하면서 동시에「뉴스」의 시선을 독점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밖에 「카터」는 TV토론을 통해 「리건」에 뒤진 인기를 만회할 계획인 것 같다.「카터」는 지난번 선거 때「포드」당시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승세를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포드」는 그때 동구권 국가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에 관해 실언을 함으로써 유권자들을 실망시켰었다. 「카터」는 「리건」의 후보 지명 축하 전화를 하면서 재빨리 TV토론을 제의했으며 「리건」도 이를 받아들였다. 「카터」와 「리건」의 대결은 볼만한 싸움이 될 것 같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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