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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철회사가 미 회사를 가르친다|신일철, 스승인 미「암코」에 기술·자본 지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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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거 미국의 철강 회사인 「암코」사로부터 제철기술을 지원 받았던 일본의 신일본제철이 바로 그「암코」사의 주력 제철소 근대화 작업에 기술 지원 및 자본 참가를 하기로 함으로써 끊임없이 우열이 뒤바뀌는 국제 경쟁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미 제3위의 철강「메이커」인「암코」사(본사「오하이오」주 「미들타운」)와 자본참가를 포함한 전면 제휴 관계를 맺는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양사는 앞으로 기술·조업 면에서 상호 협력하는 외에 신일철은 설비의 노후화로 쇠퇴일로에 있는「암큰」의 기존 공장 근대화 및 재생을 위해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에 대한 댓가로 신일철은 「암코」로부터 철강원료의 공급과「암코」사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양사의 제휴 교섭은 작년 말 소련으로부터 전자강판「플랜트」를 공동 수주하면서 급진전, 올해 3월 「사이또」신일철 사장과 「베러데」「암코」회장이 직접 만나 종래의 개별기술협력계약을 포괄적인 계약으로 대체키로 합의했다.
양사의 제휴에 따라 최초로 손대게될 구체적인「프로젝트」는「암코」사의「휴스턴」제철소의 전면적 근대화 사업.
이 제철소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직접 환원 제철 방식의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천연「가스」의 공급이 불안, 고노 방식으로의 전환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설비개조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최신 기술을 밖에서 들여오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기 때문에「암코」사는 신일철에 대해 최적 생산 방식의 검토로부터 설비의 설계·건설·조업까지 지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신일철은 이같은 요청에 대해 기술면에서 적극 협력키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 동시에 설비 개조 계획에는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일철은「암코」사 소유 광산으로부터 철광석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자금 지원도 검토중이다.
또 「암코」사의 주식을 취득, 직접 자본 참가한다는 계획으로 출자 비율 등에 대한 교섭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자본 참가의 경우 「암코」사의 미국 내 철강 시장 점유율이 5%, 신일철이 2%, 합계 7%가 되어 미 독점 금지법과의 조정 문제가 과제로 남게 된다.
미국의 철강 업계는 지금까지 설비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설비의 노후화가 극심해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런데다 경기의 급속한 냉각으로 조업율은 사상 가장 낮은 50%대로 떨어졌으며 공장 폐쇄 사태가 연달아 일어나 직장을 잃은 사람이 5만 명을 넘고 있다.
이에 대처해서 미 철강 협회 (ALST)는 세제 지원이나 환경 규제 완화 등 구제책을 호소하고 있다.
「암코」는 정부지원이나 보호 무역주의적인 수입 규제 등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일철과 제휴, 설비를 개조키로 한 것이다.
어쨋든 「도요따」와 「포드」에 이은 양사의 제휴는 미 2대 기간 산업인 자동차·철강 업계에 일본의 발판이 굳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를 둘러싼 마찰을 끝내고 새로운 협조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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