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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부패 없는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권력형 부정축재 환수에 이어 2백32명의 고위 공무원을 필두로 공직자에 대한 숙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의 숙정작업은 규모나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과거의 숙정이나 서정쇄신조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일반사회에 과급되는 심리적인 충격과 영향도 대단하다. 그 영향만으로도 상당기간 안은 공직사회의 부조리가 무척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러나 부정부패란 곰팡이 같은 것이어서 내버려두면 다시 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부패를 제거해야 한다는 기운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번 기회에 이를 뿌리내리는 사회기풍과 제도적 측면의 노력이 요구된다.
공직사회도 보다 넓은 일반사회의 틀을 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기풍이 건전한데 유독 공직사회만 부패할 수도 없는 것이며, 사회윤리가 파괴되었는데 공직윤리만이 지켜질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윤리와 가치관의 확립이 중요하다.
무슨 방법으로든 돈만 벌면 되고 권력만 쥐면 돈이 따라온다는 사고방식이나, 그렇게 얻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생각은 모두 가치관의 파괴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부패 추방의 1차적 열쇠는 이렇게 사호윤리의 확립, 부패에 대한 국민의 높은 혐오의식, 지도층의 솔선수범, 지도자의 결의 같은 도덕적·정신적 요소들이다.
부패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는 2차적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긴 하나 제도적 장치는 사회적으로 부패를 추방하려는 의욕이 팽배하게 될 때 이를 실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당국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 공무원의 재산등록제, 퇴직 후 유관기업체 취업금지 제,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의 국가헌납제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공무원의 재산등록제는 어떻게 정직한 재산등록을 받아 완전하게 관리하느냐는 어려운 문제는 있으나 그것만 해결되면 효율적인 부패방지 장치가 될 수 있다.
정직한 등록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과욕을 내지 말고 우선은 최고위급 공직자들만으로 대상을 한정해 철저하게 실시한 후 단계적으로 등록대상을 넓혀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퇴직후 유관업체 취업 제한제는 공직자와 기업간의 유착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의미 있는 제도이나 직업선택의 자유와의 균형을 위해 취업금지기간을 적절하게 한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밖에 정상수입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재산을 부패행위의 증거로 간주하는 법체계의 도입도 부패의 효과적인 제동장치로 참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무원에게 생활급을 지급해 생활과 노후의 불안을 적게 해주는 게 부패를 막는 또 하나의 관건이다.
공무원은 명예와 위신면에서 다른 직업에 비해「프리미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보수격차는 감내해야 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정도가 되거나 도저히 사회적 지위에 합당한 최소한의 체면을 지키는 생활도 못할 수준이어서는 부패근절의 장애요소가 안될 수 없다.
생살을 자르는 오늘의 이 아픔을 밝고 정직한 사호,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 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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