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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각 평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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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에 정부의 일각에서는『4각 평가표』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근무 능력 평가표라 할만도 하다.
근무평가라면 지난해에「카터」대통령의 수석보좌관「해밀턴·조던」이 작성한「근무카드」라는 게 생각난다.
그 제1문『출·퇴근시간』에서 시작하여『자기 직무에 어울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등 모두 30항목에 이른다.
그 중에는 개인의 성격판정,『인간으로서의 성숙도』『유연성』『안정성』『독창성』『두뇌의 명석도』『특이한 능력』『수집해오는 정보의 폭이 넓으냐 좁으냐』하는 것까지 끼여있다. 물론 대인 관계에 관한 항목도 있다.
거기에서는 상사·동료·부하·부외자에 대한 태도를 묻는다.
이들의 각 항에 대해 평정자는 6단계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니까「4」이하면 낙제점이 된다.「워싱턴」의 관료들은 꼭 국민학교의 통지표 같다고 불만이 많았지만 일반 국민의 환영은 대단했다.
물론 이것으로 무능한 관리가 제거되었느냐면 반드시 그렇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짓궂은 어느 신문에서「카터」대통령의 관료로서의 능력을 허가했더니 낙제였다고도 한다.
우리네의『4각 평가』는 그냥 상사·동료·부하·관련 업계의 4개 시각에서 평가하는 것이라 한다.
대인 관계가 바로 관료의 근무 능력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서 낙제점을 받아도「워싱턴」의 관료는 자리에서 밀려나지를 않는다.
그러나 우리네 관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여기에 미국과 우리네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인간으로서의 폭이 넓고 능력이 뛰어난 상사가 아니면 대개「예스맨」을 좋아한다.
그런 상사 밑에서는「능력이 뛰어난 부하가 높이 평가받기가 어렵다. 또한 부하들에게 인기가 있는 상사가 반드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4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해서 무능의 딱지가 찍힌다면 매우 딱한 일이다.
더우기 우리네에도 이런 공무원이 살아날 길이 거의 없다.
미국에는「능력제도보호위원회」라는 게 있다. 인사관리국에서 실시하는 정례적인 능력평가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되거나 강등되는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전에 신설된 기관이다.
그렇잖아도 위축되기 쉬운 우리네 공무원들이다. 단순한 대인 관계보다도 능력에 따라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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