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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위직의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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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나라의 공무원 정원 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변형된 「피라미」형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 국가의 행정 기능이 양적으로 팽창되고 질적으로 전문화되어감에 따라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공무원 수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하위직 공무원 보다 고위직의 증원율이 월등히 높았던데 문제가 있다.
총무처의 자료에 따르면 64년도에 국가 공무원 24만1천8백37명 중 1급이 51명, 2급이 4백18명으로 공무원 1천명 중 고위직이 19명 꼴이었으나 10년 뒤인 74년에는 1급 1백95명, 2급 1천1백9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전체 공무원수도 36만4천8백16명으로 불었지만 비율을 보면 1천명대 35명 꼴로 고위직 증가폭이 커졌다.

<비상각의서 길터놔>
다시 말해서 10년 동안 공무원의 절대수는 50%증가한데 비해 2급 이상의 고위직은 2백%가까이 확대되었다. 이것을 하위직과 비교하면 4배 가량 고위직 증가율이 높다.
이런 경향은 최근 총무처가 발간한 행정 관리 연보에도 비슷하게 나타나있다.
지난 69년말의 행정부 공무원 총수는 41만2천8백40명이고 이중 3급 이상이 1만6천2백89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는데 10년 후인 79년에는 전체 공무원 55만6천7백93명 중 3급이상이 2만4천2백18명으로 4·3%를 나타내고 있다.
직급별로 보면 최말단의 5급 공무원은 59년에 8만8천3백6명이던 것이 79년엔 8만8천6백84명으로 불과 3백78명이 늘어 증가율은 겨우 0·4%.
이에 비해 1급은 1백54명에서 1백83명으로 18·8%, 2급은 9백14명에서 1천2백57명으로 37·5%, 3급 갑은 3천33명에서 4천2백83명으로 41·2%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총무처가 밝힌 행정부 공무원만의 통계이고 국회와 법원의 별정직 공무원을 포함시키면 고급 공무원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국회사무처의 경우 별정직 3백1명 중 3급 이상이 2백88명이고 4급 이하는 13명에 불과하다. 일반직을 봐도 l급에서 5급까지 3백1명인데 3급 이상이 1백14명을 차지해 그 비율은 30%정도에 달한다.
2급 이상의 고위직이 급증하게 된 것은 지난 73년1월 비상국무회의가 국회의 입법 기능을 대신할 때 정부 조직법을 고쳐 입법 사항이던 행정부처의 실·국 설치를 대통령령으로 가능하도록 만든데 있다. 이에 따라 부처에서는 자체 인사 체증의 해결과 업무 확대를 목적으로 기구 확대를 꾀해 왔다.
법개정 후 국이 32개, 과가 1백34개나 증설된 것이 부처간 확장 경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 차관보의 신설이라든지 별정직의 전문위원·상임위원 증원이 용이하게 이뤄졌다.

<특채 땐 직급 높여 줘>
부처별로 보면 경찰과 교육을 관장하는 내무부와 문교부 같은데가 일반직 보다 별정직이 월등히 많고 통일원·기획원 같은데도 별정직이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
통일원의 경우 1급에서 5급까지의 일반직이 76명인데 별정직은 75명으로 거의 같은 수를 보인다. 각종 연구관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2급 이상 고급 공무원의 증원이 쉽게 되어 있는데도 문제가 있지만 직급 「인플레」의 또 하나의 원인은 공무원 봉급 수준이 낮다는데 있다. 월급을 올려주는 수단으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우수한 사람을 특채하는데 있어 봉급 수준에 맞게 직급을 정해줘야 할 사정도 있다.
보통 대기업의 대졸 사원 초임이 19만∼20만원인데 이것은 3급 행정고시를 거처 6년 이상 근무한 사무관 봉급과 맞먹는다. 그런데 가령 보건소장에 앉히기 위해 사무관 초임 (14만5백원)으로 의사를 「스카웃」하려고 할 때 모집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서기관급으로 특채하고 각종 수당을 얹어주어야 한다.
특히 행정의 과학화·전문화에 따른 기술직·연구직 공무원의 수요가 늘고 기획 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보조 기관의 증설이 불가피함에 따라 별정직 고급 공무원의 특별 채용이 많아지고 있다.
국가공무원 (교육 공무원 제외) 중 박사·석사학위 소유자를 보면 74년에 박사 1백88명, 석사 1천7백27명에서 79년 말에는 박사 2백88명, 석사 1천8백74명으로 증가했다.

<기구 진단 뒤따라야>
고급 공무원을 양산하는 또 다른 원인은 위인설관이다.
특정인을 채용하거나 승긴시키기 위해 새로운 직귀을 만들어내는데 반해 이미 있는 기구는 폐지하는 법이 거의 없다.
제도적으로 예산 주무 기관인 경제기획원과 공무원 업무를 관장하는 총무처가 통제기 능을 갖고 있지만 고위직 양산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난 78년7월 대통령 특별 지시로 81년까지 3갑 이상 공무원의 정원을 동결토록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고 또 환경청·공단 관리 기구 등이 신설 된데 따라 고위직도 자연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목적으로 행정기구 진단이나 정부 인력 감사 등을 실시해왔다. 정부가 문제점을 몰라서 기구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총무처 관계자는 말했다. 행정 개혁 위원회가 있으나 기구 개편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권한과 책임을 가진데서 과감히 정부 기구와 공무원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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