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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의 마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5세의「알리스」는 대학교수인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 곱게 자란 소녀다. 그녀에겐 모든 게 즐겁기만 하다.
어느 날 그녀는 친구 집「파티」에서 LSD가 들어있는「코크」를 모르고 마신다.
『…적과 청과 황색의 광대한 퍼짐 난 이 아름다움을 애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음악이 내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들을 뿐 아니라 그 냄새를 맡고, 만지고 느낄 수도 있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구나…
나는 완전히 모든 억제로부터 해방되었다. 난 친구들 앞에서 춤추고 마음껏 연기를 하며 순간 순간을 즐겼다…』
이렇게 그녀는 첫 경험을 일기에 적었다. 맛들인 그녀는 이번에는「마리화나」를 피우고 싶다고 4일 후의 일기에 적는다.
『…지금 내가 탐험하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세계이며 내 앞에서 얼리는 새 큰문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드디어 그녀는「스피드」(「앙페타민」이 섞인 흥분제)를 맛보고「베니」(「벤제드린」이 섞인 각성제)를 먹고 「포트」(마리화나)를 피운다.
그러는 사이에 부모에게 들키고 본인도 끊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드디어 그녀는「하지」(「마리화나」보다 독한 것)를 피우고, 「조인트」(「마리화나」를 섞어만든 사제담배)를 찾는다.
그녀는 완전한 중독자가 된 것이다. 「그라스」(「마리화나」의 일종), DMT라는 환각제, 「헤로인」, 아편 둥 닥치는 대로 피운다.
끝내 그녀는 가출하여 「히피」의 무리 속에 끼어 든다. 잠시 제정신이 들어 집에 돌아오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드디어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그러나 정상을 되찾고 퇴원한지 두 달 후에 그녀는 죽었다. 사인은 마약과용.
이런「알리스」의 일기가 「베스트셀러」가 된 다음에도 미국에서 매년 3백 명이 넘는 청소년· 소녀들이 마약으로 죽어간다. 어제 서울과 원성에서 두 소년이 접착제 「본드」를 마시다 질식해 죽었다. 지난 10일에는 또 「본드」냄새를 맡던 끝에 자살한 10대 소년이 있었다.
「본드」환각의 유행은 놀랍도록 널리 우리네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한번 맛들이면 소년들의 자제력으론 끊지를 못하는데 환각제의 무서운 마력이 있다.
오늘의「본드」가 내일 뭣을 불러들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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