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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걱정"으로 종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년도 서방선진 7개국정상회담이 소련을 겨냥한 정치선언문과 석유수입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선언문을 채택한 후 폐막됐다. 선진국대표들은 이틀 간 4차례에 걸친 회담을 통해서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인플레]악재와 개발도상국과 관련된 남북문제. 보수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국제무역의 개선책, 국제통화 문제 등 세계경제건반에 걸친 문제를 폭넓게 토의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석유 값 폭등으로 계속 허덕이고 있는 현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가장 역점이 주어진 것은 역시,[에너지] 분야였다.
폐막 후 발표된 공동 성명문 34항목 중 12항목이[에너지] 문제인 것을 보아도 세계 각 국이「에너지」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서방경제를 거의 좌우하는 7개선진국대표들이 향후 10년 안에 석유소비량을 하루 1천5백만 2천만 [배럴]을 절약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은 대단한 [야심적 결의]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이들 7개국의 하루 석유소비량이 3천2백만 「배럴」인 것을 생각한다면 10년 후에 현재소비량의 절반이상을 절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셈이다.
이는 또 현재 석유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53%룰 90년까지40%이하로 낮추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야심적인 석유소비절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10년 안에 석탄생산량을 1백% 증가시키고 원자력[에너지]사용과 합성연료 등 대체[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장기계획의 실전여부를 당장 속단할 수는 없으나 OPEC의 석유가격인상추세가 조금도 수그러들 기색이 없어 보이는 현 상황으로서는 선진국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
이번 「베네치아」 회담이 과거와 달랐던 또 다른 중요한 특색은 경제 못지 않게 서방 강대국간의 정치적 단결을 시도한 [정치회담]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이다.
7개국 대표들은 첫날회담을 끝내자마자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규탄하고 소련군의 전면철수를 요구하는 정치선언문부터 발표, 경제회담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상황변화는 지난 1년 사이에 소련의[아프가니스탄]침공과 「이란」사태 등이 발생함으로써 「페르시아」만에서의 국제적 긴장이 고조됐고 이로 인해 서방 [에너지] 공급의 생명선인 석유 수송 조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질사건은 규탄하면서도 공동선언문에 [이란] 이라는 나라 이름을 못 박지 못한 점이나 [카터]가 주도한 [모스크바. 올림픽][보이코트]운동에 주요 서방 국들이 흔쾌히 동조하기를 꺼리고 있는 점등은 서방 측 결속의[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NATO군에 대한 핵무기 배치문제와 대소 관계에 있어 [카터]행정부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고 있는 서독. [프랑스]의 태도는 앞으로의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숙제로 남아있음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첫해에 열린 이번「베네치아」 회담은 앞으로의 서방7개국 경제정상회담이 비단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 문제도 함께 다루는 문자 그대로 서방 강대국간의 [확대정상회담]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선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하겠다.
【베네치아=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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