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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회장 탄핵, 부끄러운 의료계 자화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기획이사로 활동하다 노환규 전 회장과 함께 탄핵 당한 방상혁 전 기획이사가 뒤늦게 속내를 털어놨다. 4월 27일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된 지 3개월여 만이다.

28일 방 전 이사는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악의적 폄하가 멈추길 바란다”며 지난 의료계 투쟁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방 전 이사는 “의협 기획이사로 있을 때 업무적으로 만나 인간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 고위 관료를 만났다”며 “의료계 내부 평가와 달리 그는 정부 관료임에도 불구하고 100년에 한번 나올까 하는 의협회장이 탄핵됐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지난 1월 서울역 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방상혁 전 의협이사.

앞서 올 4월 27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방 전 이사와 임병석 법제이사에 대한 불신임이 결정됐다. 이보다 앞선 4월 19일에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이미 의협 노환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한 바 있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이 이뤄진 건 100년이 넘는 의협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방 전 이사는 “한마디로 대의원들에 의해 의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라며 “임병석 이사는 의사가 아닌데도 의사들 집회에서 삭발까지 하며 의료계에 대한 사랑을 보인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 치러진 의협회장 선거에서 새로 뽑힌 회장은 다름 아닌 노환규 집행부의 후임인 현 추무진 회장이었다. 후보자 선거운동 당시 ‘노환규 아바타’라고 불릴 정도로 추 회장은 노 전 회장 측근으로 통했다.

이에 대해 방 전 이사는 “대다수 대의원과 시도회장이 밀어준 후보가 아닌, 노환규와 방상혁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당선됐다”며 “탄핵당한 노 회장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은 대의원과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 대의원회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보다 오히려 투쟁이 소였다는 주장, 투쟁 코스프레만 했다는 비난, ‘노 사장’이라는 비아냥 등 노 전 회장에 대한 폄하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신임 3개월이 지난 지금, 방 전 이사가 뒤늦게 속내를 털어놓겠다고 나서게 된 이유다.

▲ 분신을 시도했던 방상혁 이사와 그를 다독이는 노환규 전 의협회장

그는 첫째로 회원 투표 결과에 대한 의혹을 해명했다. 의협은 의료계 투쟁기간 동안 여러차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회원들의 의견을 묻고 사안을 결정했다.

방 전 이사는 “투표시스템은 외부의 기술이사 외에는 협회의 내부직원조차도 접근 불가였다”며 “예상 밖의 높은 노 전 회장 지지율에 놀라기도 하고, 매번 투표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결단코 조작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노 전 회장이 회원들의 투쟁열기를 꺼트리고 거짓투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차 의정협의안에 대한 회원투표 결과에 따라, 협의안을 수용하고 3월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예정했던 총파업 유보를 선언했다”며 “회원들이 총파업 유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전 회장이 진정 투쟁의지가 없었다면 당시 대부분이 원했던 것처럼 1차 의정협의안을 받아들이고 파업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 전 회장은 구체적 약속과 기약이 없는 1차 의정협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3월 10일 하루 파업 끝에 2차 의정협의안이 도출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투쟁열기가 고조되고 있었지만, 내부의 상황은 노 전 회장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투쟁을 반대하고 회피하는 상황이었다는 게 방 전 이사의 설명이다.

3월 10일 파업 후 노 전 회장이 회원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방 전 이사는 “노 전 회장은 파업과 관련해 다치는 회원이 한명이라도 나오면 광화문에서 할복하겠다고 했다”며 “업무정지를 당한 회원은 투쟁이 끝나고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단 노환규와 방상혁 단 두 사람에 대한 검찰조사가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노 전 회장은 의협 재정을 걱정하며 공적인 일에 개인 돈을 쓸 때가 많았다”고 일축했다.

의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닥플은 적자에 허덕이다 수억의 손실로 인원을 감축했다는 것. 방 전 이사는 “그가 개인의 이익을 생각했다면 의협회장 자리에 있을 때 제약사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닥플에 대한 광고 등 영업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회장이 의협회장으로서의 활동을 발판 삼아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방 전 이사는 “금배지를 위했다면 새누리든 새민련이든 한쪽 당에 기대야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는 좌파나 우파가 아닌 ‘의파’가 되어야 한다고 상황에 따라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리더들과 달리 노 전 회장은 투쟁의 일체를 모두 문서로 남겼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저지투쟁 때 처벌을 피해 투쟁지침을 모두 구두로 내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았던 반면 노 전 회장은 본인이 책임질 것이니 지침대로 따르라며 일체의 투쟁지침을 모두 문서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보복을 두려워해 문서화된 지침조차 따르지 않았던 리더들이 뒤늦게 회장이 투쟁을 주저했다며 탄핵하고 나섰다”며 “참으로 부끄럽고도 통탄스러운 의료계의 자화상”이라고 한탄했다.

▲ 지난해 12월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삭발 중인 추무진 현 의협회장(왼쪽)과 방상혁 전 이사.

더불어 “투쟁무용론을 말하는 대의원 의장, 투쟁불가를 외치는 시도회장들이 의료계의 리더로 있는 것이 지금의 의사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방 전 이사는 “올바른 의료를 만들려면 앞으로 의협회장은 물론이고, 지역의사회장, 대의원을 포함한 의료계 모든 리더들부터 감옥에 갈 각오가 있어야 한다 “며 ”투옥될 각오가 없다면 아예 출마조차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방 전 이사와 임병석 법제이사가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은 7월 21일 기각을 결정했다.

방 전 이사는 “올바른 의료에 대한 열정 속에 이 한 몸 어찌되건 상관없다 생각하며 일했는데 불신임 이후 분노와 우울, 절망감 속에 쟂빛 시간을 보냈다”며 “대한민국 의료에 행복한 날이 올 거라 믿으며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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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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