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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시해사건 대법원판결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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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제의 계속>
살피건대 당원은 일찌기『소위 저항권의 주장은 실존하는 실정법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질서내에서의 권리주장이며 이러한 견제하에서의 권리로써 실존적법질서를 무시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실존하는 헌법적질서를 전제로한 실정법의 범위내에서 국가의 법질서유지를 그 사명으로하는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권행사에 대하여는 실존하는 헌법적질서를 무시하고 초법규적인 권리개념으로써 현행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의 정당화를 주장하는것은 받아들일수없다』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다.
한편 생각하건대 현대 입헌 자유민주주의국가의 헌법이론상 자연법에서 우러나온 자연권으로서의 소위저항권이 헌법 기타 실정법에 규정되어있든 없든간에 엄존하는 권리로 인정되어야한다는 논지가 시인된다 하더라도 그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못하고 오직 자연법에만 근거하고 있는한 법관은 이를 제판규범으로 원옹할수가 없다. 더구나 오늘날 저항권의 존재를 긍인하는 학자사이에도 그 구체적 개념의 의무내용이나 그 성립요건에 관해서는 그 견해가 구구하여 일치된다할수없어 결국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란 말을 면할수없고 이미 헌법에 저항권의 존재를 선언한 몇개의 입법례도 그 구체적요건은 서로 다르다 할것이니 헌법및 법률에 저항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는(소론 헌법전문중『4·19의거 운운』은 저항권 규정으로 불수없다)우리 나라의 현단계에서는 더우기 이저항권이론을 재판의 준거규범으로 채용적용하기를 주저 아니할수없다. 따라서 위 당원의 관례를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원심에 이점에 관한 법리오해있다는 논지는 받아들일수 없다.
(2) 정당한 직무집행
상고이유중 피고인 김계원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의 점에 대한 원판시사실인 보안유지, 병력출동의 금지, 국무총리에 대한 보고와 내무·법무장관등에 대한 계엄선포건의와 그 사유등은 모두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너무나 뜻밖에 닥친 국가적위기라는 돌발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로서 형법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정당한 직무집행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점을 간과하였음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고, 또한 위피고인이 변호인의 이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일건기록을 검토한바에 의하면 위 논지와 같은주장은 피고인 김계원이 그에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의 죄책을 면하기 위하여 거짓 변소한것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며 도리어 피고인 김계원의 위소론행위들은 모두 내란의 괴수인 피고인 김재규의 범행에 적극 가담, 호응, 동조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행동으로 인정되므로 원심에 이점에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있다고 할수없고 또 이점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없다고 보여지는 이상 설사 이점에 관한 항소이유에대한 판단이 원심판결에서유탈되었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할수 없으니 결국 논지이유없음에 돌아간다.
(3)상관의 명령
상고이유중 피고인 박선호의 원판시소위는 상피고인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내린 명령에 따른 행위이므로 형법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공무원은 그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명령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할 의무는 없다할 것인즉 이점 논지는 더 말할나위없이 이유없다할것이다.
2, 정당방위
상고이유중주권자인국민의 생명과 재산에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위하여 마지막 수단으로 이사건범행에 이르게된 것인바, 이는 공통선을 행한경우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을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재규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위와같은 취지의 변소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그판단을 유탈한 위법까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누누이 설시한 바와같이 피고인김재규의 본건소위는 대통령을 살해하고 내란으로 정권을 장악하려한 내란목적살인및 내란수괴미수죄의 성립에 아무런 장애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 피고인은 본건 범행일시를 기준으로 하여 수일내에 이에 대하여 박대통령은 스스로 민중에 대한 발포명령을 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그 예상되는 희생될 민중의 생명·신체·재산등을 구하려고, 즉 국민내지 국가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려고 본건거사에 이르렀다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의하면 1979년10월17, 18일에 일어난 소위 부산·마산사태의 진상을 같은달 19일에 당시 중앙정보부장으로서 현지 답사하고 돌아왔던 동피고인은 제1심 공판에서『부마사태로 죽은자가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하여 『없는 것으로 압니다』(공판227면)라고 대답하고있다.
그렇다면 실사 소위 부마사태의 확산이 예상된다하더라도 신체의 상해, 재산의 손괴정도는모르되 반드시 많은 국민의 생명의 희생까지 예상된다고는 할수 없을 이치이고 또 소론 부마사태의 확산이나, 소론 대통령의 발포명령운운도 동 피고인 혼자만의 주장일뿐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자료도 없는 이건에서는 결국 이런 변소는 동피고인의 조작된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장래의 불확실한 사태를 환상적으로 추리한 결과를 진술한데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형법제21조 제1항 소정의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을 충촉시킬 사실을 인정할 증거자료가 없다할 것이니 원심이 이점을 간과했다는 논지는 이유없고 또 이점에 관하여 심리를 더한들 이를 인정할 자료의 출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되는 본건에서는 이점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있다고도 할수없고 또 이미 원심에 위와같은 위법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장 설사 원심판결에서 이점에 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될수 없어 위 논지들은 모두 그 이유없다할것이다.
3, 긴급피난
(1)상고이유중 앞서 정당방위 주장에서 본바와같은 10·26당시의 국내정치상황아래 피고인 김재규는 수많은 국민의 생명·신체·자유에 대한 현존하는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이런 범행에 이른것인바, 이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을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재규가 위와같은 취지의 주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그 판단을 유탈한 위법까지 범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의 정당방위의 항에서 이미 실시한 이유와 동양의 이유에서 이점의 논지도 이유없음이 명백하다할 것이다.
(2)상고이유중 피고인 김계원은 국가의 원수를 잃게된 사실이 외부에 누설되면 아군상호간의 총격전으로 인한 유혈사태발생과 북괴남침도발의 기회를 줄것이 두려워서 보안을 유지하고 청와대의 병력출동을 금지시키고, 계엄을 빨리 선포해야다고 건의한것이므로 이는 많은 국민과 군경의 생명에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는 부득이한것으로서 긴급 피난행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간과하였음은 긴급피난에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또한 피고인 김계원이 제1심및 원심에서 일관하여 위와같은 취지의 변소를 해온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판단을 유탈하여 이유불비의 위법을 저지른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피고인 김계원의 소론행위(보안유지, 청와대병력출동금지, 계엄선포건의등)가 이건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를 성립시켰다고 판단한 원심조치가 정당하다고 당원은 앞서의다른항에서 설시한바있거니와 이논지는 설사 소론행위등이 원판시의 내란중요임무. 종사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된다하더라도 위소론과같이 그는 아군 상호간의 총격전으로인한 유혈사태발생과 북괴남침도발의 기회를줌으로써 일어날 많은 국민과 군경의 생명에대한『현재의위난』을 피하기위한 행위이기때문에 위법성 저각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피고인 김계원에게 당시 과연 그와같은 위난을 피하러는 의사 즉『피난의사』가 있었는가 여부를 따져본다. 일건기록을 살펴보면 첫째, 동 피고인이 진정히 소론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최소한 당시의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이 당연히될 사람) 최규하에 대해서만은 진실 즉 김재규가 고의로 대통령을 살해한 사실을 알리고 선후책을 의논하였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 아니하고 김재규의 오발탄에 대통령이 죽은 것으로 거짓 보고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앞서 있었다고 인정되고
둘째, 동 피고인이 진정히 소론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당시 막강한 수도경비군단을 장악하고 있었던 동군단장겸 대통령경호실차강과 상의해서 소규모작전으로 넉넉히 김재규를 체포 또는 사살할수있었을 터인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앞서 있었다고 인정되고,
세째, 동피고인은 본건범행당일 오후7시43분경 김재규가 총격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기에게 보안유지등 후사를 부탁하고 육본벙커로 향발한직후 상피고인 이기주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빼앗아 가지고 이를 소지한채 군병원, 청와대, 육군본부벙커국방부등을 출입하였으니만큼 동피고인이 진정히 소론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육본벙커 또는 국방부사무실에서 김재규를 만나서 교담할때 얼마든지 이를 사살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앞서 있었다고 인정된다.
그렇다면 설사 그당시의 사태가 소론 현재의 위난이 존재하는 상태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소위 피난의사있었다고 인정할수없는 이상 이건긴급피난의성립을 인정, 할수없고 따라서원심에 이점에대한 법리오해 있다는 논지는 이유없고 또 설사이점 변소에대한 원심판단이 없다하더라도 판결에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수 없으니 판단유탈, 이유불비등의 논지 또한 이유없다.
제8, 책임저각사유
상고이유중에 중앙정보부직원들은 정보부장을 정점으로 하여 군대조직 보다 더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으므로 장관의명령이 위법한가 여부를 판단하거나 그 명령의 이행여부를 선택할수 있는 여지가없고, 따라서 장관의 명령을 거부할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행한 피고인 박선호·이기주·유성옥·김태원·유석술의 각 소위는 강요된 행위이거나, 기대가능성이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할것이므로 결국 처벌할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강요된 행위 내지 기대가능성의 법리를 오해하여 위책임저각사유를 간과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이점에 관하여 제1심은 무릇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까지 복종할 의무는 없을뿐만 아니라 중앙정보부 직원은 비록 장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여야 한다는것이 불문율로 되어있다 하더라도 단지 그 점만으로는 이건 판시 범죄와 같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명령에 따른 범법행위가 강요된 행위이거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는 도저히 볼수 없고 달리 이건 범행시 피고인들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자유롭게 의하결정을 할수 없는 강요된 행위였으며 또한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하에 기대할수 없었다고 볼 하등의 자료를 찾아볼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원심 또한 위와같은 제1심의 견해를 유지한다는 설시를 하고 있는바 당원이 일건기록을 건토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건 범행의 일시 및 장소관계로 보아 위 피고인들이 만약 이건 참여함으로써 그 댓가조로 얻어지리라고 예상되었던 이른바『한몫』을 바라는 마음만 없었더라면 얼마든지 소론 장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 자리에서 피해 나올수 있는 시간적여유와 공간적 환경에 놓여 있었음을 쉽사리 인정할수 있는 형편이고 보니 더욱 위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이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없다.
제9, 양형부당
상고이유중 군법회의법 제4백32조에서 정한 상고이유에서 양형부당은 제외되어 있으나, 위 법조는 형사소송법 재3백83조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8조와 국민평등에 관한 헌법제9조에 저촉되어 무효이므로 극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로서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수 있다고 하여야 할것인바,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동기와 목적, 범행전후의 국내정정등과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적 정상등을 참작하고, 아울러 현대문명국중에는 형벌로서의 사형 그 자체를 폐지한 나라가 더 많으며, 이론적으로도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편이 훨씬 우월한 점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에 대하여 극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원래 군법회의는 일반법원과는 달리 특수한 목적과 취지에서 설치된 특별법원으로서 그가 취급한 피고인에 대한 처우가 일반법원의 그것과 사이에 소론과같은 불평등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헌법과 법률이 당초부터 예상한 것이라고 해석되는만큼 소론 군법회의법 제432조를 헌법제8조, 제9조에 저촉되는 위헌조항이라고는 단정할수없다. 그렇다면 소론 위헌을 전제로해서 전제한 이점 논지는 이유없다.
제10, 결론
이장에서 살핀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역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피고인 유석술에 대하여는 형법제57조에의하여 이 판결선고전 당심구금일수전부를 그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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