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아이고 허리야" 수술 10분 뒤 통증 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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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요통은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직립보행 이후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요통에도 종류가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제각각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강남초이스병원 조성태 원장은 “허리디스크 환자라면 퇴행성 정도나 디스크 돌출 크기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초이스병원 조성태 원장이 환자에게 ‘고주파 특수 내시경 시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김수정 기자]

아파트 경비원 박모(62·서울 성북구)씨는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늙으면 그러려니” 하며 신경치료와 약물로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리부터 허벅지·종아리까지 전기가 오는 것처럼 저리고 아렸다. 의사는 “제4·5 요추 간 추간판탈출증 말기”라는 진단을 내렸다. 허리디스크였다. 그는 의사의 권유로 비수술 치료라며 고주파 수핵감압술을 받았다. 그러나 통증이 없어지기는커녕 악화됐다. 디스크가 터져버린 것이다. 조 원장은 “말기 디스크에는 열을 이용하는 ‘고주파 수핵감압술’이 오히려 독이 된다”며 “고령 환자는 근력이 약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수술 방법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자신을 찾아온 박씨에게 ‘고주파 내시경 디스크 치료술’을 집도했다. 척추 옆 10㎝가량에 직경 3㎜의 특수내시경을 넣고, 눈으로 확인하며 튀어나온 디스크를 집게로 잡아 밀어넣었다. 이미 터진 디스크엔 신경약물을 주사하고 자리 잡은 디스크는 섭씨 50도의 고주파를 쏘여 굳게 했다. 튀어나온 디스크는 제자리를 찾고, 터진 디스크는 녹은 뒤 배출됐다. 수술에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박씨는 수술 당일 병상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만큼 빠른 회복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확한 진단, 비수술 치료로 디스크 탈출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에 대한 오해는 많다. 요통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그렇다. 일생 동안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80% 이상이지만, 허리디스크는 이 가운데 3%만 증상을 보인다. 게다가 4명 중 3명은 자연 치유된다.

문제는 허리디스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레 발병하는 것이다. 척추 변형은 노화의 일종인 퇴행성 변화다.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의 크기나 직업, 생활습관으로 허리디스크 발병이 좌우되기도 한다. 조 원장은 “초기 허리디스크를 방치하면 척추뼈 사이에 있어야 할 디스크가 더 많이 튀어나오고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한다”든지, “수술을 받고 나면 평생 허리를 못 쓸 수 있다”는 등 수술과 관련된 오해도 많다.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 척추는 척추뼈·디스크·인대·근육·신경으로 구성된다. 근육을 강화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것으로 초기 디스크는 극복할 수 있다. 조 원장은 “초기나 중기 디스크 환자는 척추를 바로잡아 주거나(도수치료) 디스크 압력을 낮추는 방식(디스크 감압치료), 또는 운동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질환이나 나이·증상에 따라 개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것이 좋다.

의료진 숙련도가 수술 결과 좌우

수술이 필요한 말기 허리디스크라면 비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외과수술은 척추를 보호하는 후방인대를 끊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디스크가 압력을 받아 재발하기도 쉽다.

강남초이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시작한 ‘고주파 내시경 수술’은 고주파열을 이용해 디스크를 ‘성형’하는 ‘고주파 수핵감압술’과 내시경 수술의 장점을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시술법이다. 내시경의 굵기가 얇아 움직이는 범위는 넓고, 조직 손상은 적다. 목(경추)부터 허리(요추)까지 어느 부위의 디스크에도 활용 가능하다. 병원을 찾은 1만여 명의 환자가 이 수술법을 택한 이유다. 만족도는 90%를 넘었다.

퇴행성 말기 디스크나 협착이 동반된 디스크 환자도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이라면 안전하다. 꼬리뼈를 통해 내시경이 달린 1.5㎜의 미세한 관(카테터)을 넣은 뒤, 척추관을 넓히면서 레이저를 쏘아 염증을 제거한다. 신경근 유착을 막고 디스크 크기를 줄여 일석이조다. 수술 방식과 함께 의료진의 숙련도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정상 조직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수술을 받더라도 꾸준히 재활운동과 자세 교정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면 병원에서 운영하는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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