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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중도의 사회적 지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3일에 이어 14, 15일에도 수만명의 대학생들이 도심지대에까지 진출,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충돌하고 수많은 부상자 외에 1명의 사망자까지 생겼다.
학생들이 교내시위의 선을 넘어 거리로 쏟아져 나온데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과열된 집단행동 양식이 당장 시민생활에 미칠 영향뿐 아니고, 사회불안을 초래하여 국민적인 민주화추구에 도리어 역작용을 할 가능성 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오늘의 사회적 과제며 시대적 요청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모든 사회성원의 일치된 염원이며, 따라서 적어도 표면상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없다.
문제는 이를 추구하는 방법상의 차이와 시기의 완급이 있을 뿐이다. 정부가 밝히고 있는 일정이 너무 완만한 감이 있고 일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그렇다고 쇠뿔을 뽑듯 단숨에 이룩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란 기본적으로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집단간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원만한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참다운 개화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현대국가처럼 다원화된 시민사회에서 어느 한 세력이나 집단이일방적으로 어떤 목표를 주도하려 할 때 사회는 불안해지고 갈등과 마찰은 불가피해진다.
그것은 30여년의 우리 헌정사를 통해 익히 경험해 온 바다.
지금과 같은 미묘한 상황일 수록 학생을 포함 관료, 「테크노크래트」, 노동자, 기업가 등 각 세력의 자제와 서로의 처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호양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동안의 집단시위로 학생들의 의사는 선명하고 충분하게 표현되고 전달되었다는 것은 시민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제는 냉정한 자세를 되찾아 학원으로 돌아갈 때다. 과가 부급 함만 같지 못하고 수단의 잘못이 때로는 목적의 정당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열시위로 인해 국민경제에 지장을 주고 서민생계에 타격이 생긴다면 시위의 명분에도 손상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작용에 대한 반작용을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자제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이 사태를 맞아 당국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주장 가운데 정당한 것은 대담하게 수용할 것을 새삼 촉구치 않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사회내 각 이질집단간의 원만한 관계정립은 민주화의 선결조건이다. 완충지대가 없는 양극대립은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모든 세력은 아집과 독선에만 매달리기에는 시국이 너무 중대하다는 것을 다같이 깨달아야겠다.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어도 그 해결의 주역일 수는 없다.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돌아간다. 목전의 정치적 명리에 구애,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을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그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민주화운동을 추진하는 행동양식, 민주발전의 제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누구나 깊이 생각할 때는 바로 지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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