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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기약 없는 "시한부 휴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동양최대의 합판「메이커」인 동명목재가 8일 문을 닫았다. 그 동안의 경영적자를 은행수혈로 메워오다 은행이 「회복불능」 판정을 내리고 추가지원을 중단하자 원목 살 돈이 없어 휴업이라는 비상대책을 쓴 것이다. 은행이 마음을 돌려 구제금융을 내지 않는 한 휴업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동명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이미 작년 말부터 은밀히 채권확보에 착수했다 한다. 동명을 포기하더라도 현 단계에선 은행의. 결손은 몇 십억 원 선이니 더 물려 들어가기 전에 발을 뺀다는 것이다.
동명도 은행 빚이 훨씬 더 많았더라면 은행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계속 대지 않을 수 없고 문도 닫지 않았을지 모른다.
1925년 부산시 동구 좌천동67 1백50평의 창고건물에서 제재소로 출발, 6천4백 명의 종업원과 5개 계열기업을 거느린 「그룹」으로 부상한 동명목재상사가 도산 상태에 빠진 것은▲원목가격폭등▲무리한 계열기업확장▲폐쇄적인 개인기업으로 인한 과다조세▲사회 사업 지원 등 기업활동이외의 자금지출▲족벌체제로 인한 경영간부와의 불화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명은 합판에서 시작하여 「페인트」 · 해운· 건설·중공업·식품 등 5개 계열기업을 거느리고있는데 이들이 하나같이 부실, 동명목재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요인이 되었다.
현재 동명「그룹」의 부채는 동명목재상사가 6백억 원, 동명산업이 1백40억 원, 중공업이 1백억 원, 동명식품이 80억 원 등으로 재기불능상태다.
동명목재는 법인 아닌 창업주 강석진 씨의 개인기업이어서 기업규모확대에 경영이 못 따라 갔을 뿐 아니라 세금도 많이 냈다.
구멍가게 식으로 경영 한 것이다.
개인기업이기 때문에 동명을 타 기업에 인수시키기도 어렵게 되어있다. 강씨가 양도세 만 2백억 원이나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동명은 경기 좋을 때 번 돈을 내부축적하지 않고 동명문화학원·동명불원 등 사회사업지원에 1백12억 원을 기부했으며 가족간의 재산다툼도 경영부실을 가속시켰다.
창업주의 2세인 강정남씨(41)가 지난해 6월14일부터 올해 2월24일까지 8개월 동안 동명목재 사장으로 있으면서 월50억 원의 부채가 발생, 1백70억 원이던 부채가 6백억 원으로 늘어났다.
경영 합리화가 불가능 하자 강석진 씨는 지난3월 2백53억 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으나 거부당해 이 달말 강 회장은 평생을 기울여온 회사 및 개인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재무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이 같은 긴급방안이 모두 거부당하고 원목마저 7일부로 바닥나자 휴업이라는 최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항도 부산에서 자라난 향토기업인 동명목재를 살리는 길은▲정부의 구제금융지원▲공개법인으로 주식회사 화▲각종 조세연기▲현 경영진이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으로 대체하는 방법뿐이다.<부산=이성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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