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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프랑스 "최고의 인재"를 길러낸다|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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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생3명에 교수 1명 꼴>
오늘날 「프랑스」를 움직이는 「프랑스」지성의 3대 산맥으로 흔히 「소르본」· 「에콜·노르말·쉬페리에르」 (고등사범), 그리고 「에콜·폴리테크닉」(이공대학)을 든다.
「프랑스」사회에서 이 3학교는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독자적 영역을 갖고 있으며 그 속에서 거의 절대적 존재가 돼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공업상· 교육상· 국립은행총재· 국립전력회사사장·국립교통공사사장, 그리고 수많은 군장성·정부고위관리·고급과학기술자 등 약 1만3천 명에 달하는 「폴리테크니시앙」(「폴리테크닉」 출신) 사단이 「프랑스」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폴리테극닉」학생들을 두고 X집단(수학에서 미지수를 나타내는 X) 또는「레· 장코뉘」 (미지수의 인간들)-다시 말해서 『나중에 무엇이 될지 모를,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파리」시 역을 벗어나 남쪽으로 16km. 「오를리」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30분 여를 달리면 「팔레이소」구릉의 푸른 초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한촌 「말레이소」를 세계적 명소로 바꿔놓은 것이 「에콜· 폴리테크닉」이다.
현역 육군중장으로 학자 같은 인상을 풍겨주는 교장「자크·소니에」 장군(53)은 취재 「팀」에 「폴리테크닉」 취재는 극히 제한하고있어 한국기자로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하며 학교현황을 실명했다. 『지난 76년「파리」 중심부에 있는 「생트· 준비에브」 의 구 교사에서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대지는 총1백66ha (약50만평), 십여 간의 대형건물에 체육관·수영장·각종 운동강등 거의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모두 9백 명 (1∼3학년) 이지만 1학년 학생들은 l년간 군복무(「프랑스」젊은이들은 모두 1년간의 병역의무가 있다)를 위해 각 군 부대에 가있으니 실제 학생 수는 6백 명인 셈이죠. 72년 6명의 여학생이 입교, 남녀공학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여학생은 모두 2O명입니다. 그리고 교수진은 약2백30명. 한마디로 우리 「폴리테크닉」은 학생·교수 모두「프랑스」최고 수준입니다.
「프랑스」의 고등교육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완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문연구의 전당인 정규대학과는 별도로 특수기술분야에 따라 이른바 「그랑·제콜」 (고등전문학교) 이라는 「엘리트」를 위한 특수학교를 두고있다.
현재 「프랑스」에는 30개 내외의 「그랑·제콜」이 있는데 그중 특히 유명한 것이 바로 고등사범학교· 「에콜·폴리테크닉」, 그리고 ENA(국립행정학교)다.
이들 「그랑·제콜」은 대학생(「프랑스」는 지난 68년 교육개혁 때 대학문제만을 전담하는 대학성을 문교성으로부터 분리시켰다)에 소속돼 있지 않고, 분야에 따라 정부의 명성에 분산돼 지휘·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다시 「소니에」 교장의 말을 들어본다.

<처음엔 고등기술인력양성>
『「폴리테크닉」은 국방성 직속기관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학교가 사관학교는 아닙니다. 제 개인 생각입니다만, 지금은 국방성에서 관할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폴리테크닉」출신으로 군에 가는 경우는 극히 소수입니다. 「폴리테크닉」이 마치 사관학교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는 것은 역사적 전통에서 나오는 것이죠.』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혁명지도자들은 혁명의 와중에서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산업기술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 고등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종합기술학교를 설립했다.
1794년 기존의 광산학교·교량학교를 통합, 중앙공공 공사학교를 설립했는데 이 학교는 같은 해 지금의 교명으로 바뀌었다. 「에콜·폴리테크닉」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였던 것이다.
19세기초 「나폴레옹」이 집권하면서 「폴리테크닉」은 일종의 사관학교로 변모, 졸업생의 대부분 군의 기술장교가 되었다.
『2차대전 후부터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달라져 국영기업체·학계·기술연구소, 그리고 특히 관계로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이 그 표적인 예지요』하고 「소니에」 교장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면 「폴리테크니시앙」이 되려면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하는가.
6세에 「에콜·프리메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는 15세가 되면서 중등교육「콜레지」를 졸업, 9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친다. 그 다음이 바로 「리세」 (우리 나라의 고등학교 격) 과정인데, 이 과점은 소위 일반 「리세」와 직업(또는 기술) 「리세」로 나누어진다. 대학에 가려는 학생은 일반 「리세」에 가는데 이 비율은 「프랑스」전체로 볼 때 같은 학령 층의 약 25% 정도.

<학 못하면 합격 꿈 못 꿔>
일반 「리세」에 입학한 학생은 2학년말에 l차로 국어시험에 합격해야만 3학년에 「리세」졸업자격 시험이자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매년6월·9월 2회)에 응시할 수 있다.
일반「리세」출신 학생이 치르는「바칼로레아」는 전공별로 A· B·C·D·E의 5가지로 나뉘는데, 여기서 가장 권위 있는 것이 바로 「바칼로레아」C-줄여서 「박·세」(BAC-C)라 부르는 것.
「박·세」는 수학 및 물리학 분야로 머리 좋은 학생들은 거의 모두 이 「박·세」에 응시한다. 특히 「그랑·제콜」에 가려는 학생은 반드시 이 「박·세」를 치러야한다.
「박·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학. 수학에 뛰어나지 않고는 일류대학에 갈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 국한된 경우지만 우리 나라의 과외와 비슷한 「특별지도」를 받는다. 그래서 학기초가 되면 유명한 수학선생은 「특별지도」를 요청하는 학부모들의 「공격」목표가 된다.
물론 「특별지도료」가 있어서, 정교사의 경우 시간당 7O「프랑」 (한화 약1만5백원)을 받는다고 한다. 「바칼로레아」의 합격률은 전국적으로 7O%내외. 그리고 이들의 80%가 대학 또는「그랑·제콜」에 진학한다. 79년 현재 20만의 「바칼로레아」 합격자중 약80%인 15만7천명이 대학 또는「그랑·제콜」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 돼 있다.
그러나「그랑·제콜」에 진학하려는 학생은「바칼로레아」 합격 후 이어서 「그랑·제콜」을 위한 「클라스·프레파라투아」 (예비 반)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2∼3년 동안 정말로 피나게 공부해야 「그랑·제콜」에 합격 할 수 있는 것이다.

<합격자 절반 재수·삼수생>
「파리」 시내 중심 가에 위치한 1백년 전통의 명문고교 「빅토르-위고·리세」의 경우 매년 1백50명의 졸업생 중 1백 명 정도가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그 가운데서 12명 정도가 이른바 일류 「그랑·제콜」에 지원, 한두 명이 겨우 합격할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에콜·폴리테크닉」의 경우 정원 3백 명에 전국에서 수재 급 학생 2천명이상이 지원하는데 합격자의 반수이상이 2회 이상의 응시경력을 가진 「재수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리세」에 「그랑·제콜」 예비 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45개의 「리세」만이 예비 반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소위 일류 「리세」가 되려면 예비 반이 있어야 하며 수도 「파리」지역에도 10개의 「리세」만이 예비 반을 두고있다. 「그랑·제콜」의 입학시험은 매년 5월 실시되며, 형식은 원칙적으로 자유경쟁 제. 소위「콩쿠르」라 부르는 방식이다. 「폴리데크닉」의 경우는 수학 반과 물리 반으로 나누어 시험을 치르며, 평가기준은 0에서 20까지. 여기에 「바칼로레아」성적이 크게 참작된다. 이밖에 구술시험과 체력 및 신체검사가 있는데, 달리기·던지기 등 각분야별로 체력을 엄격하게 측정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최고의 인재를 모아놓은 「폴리테크닉」의 교육이 최고 수준이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모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들에게 매달 준사관 급의 급료에 해당하는 학자금을 지급하는데 2학년의 경우 월3천5백 「프랑」 (약53만원), 그리고 3학년의 경우는 4천「프랑」 (약60만원)입니다.

<물리-화학-기계공학 중점>
학생들의 수업시간은 주당 43시간. 주로 수학·물리·화학·기계공학 등 자연과학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정치·경제학 등 사회과학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시하는 것은 수학으로 수학은 「폴리테크닉」의 상징처럼 돼 있다.
「폴리네크니시앙」이 졸업 후에 택하는 진로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관료로 나가는 길. 졸업생의 약2분의 1이 ENA에 편입하여 고급관료로 가는 길을 닦는다(「지스카르-데스탱」대통령도 「폴리테크닉」졸업 후 ENA를 거쳐 재무성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 다음 3O%정도가 「엔지니어」 계통으로 국가방위산업체에 진출하고, 그 나머지는 연구소·대학 등으로 나간다.
「폴리테크닉」은 단순히 고급기술자를 기르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원숙한 인격을 갖춘 과학기술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적 차원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보다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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