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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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구가 영국·미국을 거쳐 발달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영국은 섬나라이며 미국은 광대한 대륙에 자리잡은 나라다.
그러나 영국인과 미국인 사이엔 비슷한 기질이 하나 있다. 「프런티어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프런티어정신」은 문자 그대로 변방(프런티어)을 개척하는 정신이다. 영국은 한때 사해에 위세를 떨쳤으며, 미국은 간부에서 서부를 개척해, 오늘의 국토를 이룩했다.
영국의 사각경기(퍼·코너스) 「피터」「라운더스」와 같은 경기가 미국의 동부해안에 제일 먼저 전파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필경 대서양,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피처」가 던진 「볼」을 「배터」는 서부평원을 향해 마음껏 쳐내는 것이다.
야구의 기본 「룰」은 좌우의「파울」선 밖으로 횡보만 하지 않으면 무한전진이 가능하다. 「볼」이 외야로, 심지어는 울타리 마저 넘어 멀리 뻗어 갈수록 공경 「팀」은 기세를 올린다. 야구경기에서 그 이상의 열광은 없다.
이른 바 「히트·앤드·런」 「스퀴즈」 「더블·스틸」 (중도) 등은 비록 「스포츠」 경기규칙이지만, 전장의 작전으로도 흔히 쓰여진다. 야구정신의 저변엔 이런 작전심리의 면도 없지 않다. 야구는 바로 미국개척사의 산물인 것도 같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의 대결은 정정당당하고 깨끗하다. 「피처」의 「스트라이크」를 정당하게 쳐내지 못하면「배터」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 대신「피처」가 정도를 벗어나「퍼·볼」을 던지면 「배터」는 당당하게 「베이스」로 진출한다.
실제의 경기는 「룰」 과 「룰」 사이의 미묘한 미로를 헤쳐가며 온갖 「트릭」이 동원되지만, 야구의 기조는 사뭇 해방 적이고, 개척 적인 「무드」로 일관되었다. 「서부사나이」의 정면대결, 「페어·플레이」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야구를 구경하는 관중의 마음은 한결 후련하다.
섬나라인 일본사람들이 야구에 환호하는 것도 바로 해방감에서 비롯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울타리 밖으로 뻗으려는 심리가 은연중에 작용할 법도 하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고, 우리 나라 사람들의 야구 열광 도는 해마다 높아 가는 것 같다. 지난 며칠동안의 대통령배쟁탈 전국고교야구는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
관중의 운집도 그렇지만, 청소년들의 야구 열은 좋은 현상의 하나같다. 물론 승부에만 집착한 「스포츠」 애호는 감정낭비의 허황함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진취적이고 원대한 기상을 품게 하는 그 정도이다. 『소년들아! 기개를 가져라』라고 훈화한 어느 교육자의 말이 생각난다. 야구의 승부가 아니라 그 정신이 우리에겐 절실한 것이다.
사족한마디. 결승을 놓고 호남세가 겨루는 것은 또 별 경지의 재미가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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