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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풀리면 언론은 통제 않고 안보사항만 협조요청|시간 지난뒤 박 대통령 추모사업…윤필용씨 2월말 복권|전 정보부장서리 간담회 요지 <1면서 계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전개되고 있는 국내정세, 특히 학원문제와 정치인들의 언동을 어떻게 보는지.
-I본인에게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자식을 갖고 있는 모든 평범한 부모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너무 억눌려 있었다는 느낌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는 심정이나 기분을 모르는바 아니나 대다수 학생들은 면학에 열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은 학원의 민주화·학원의 자율화를 찬성하나 이와 같은 물결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흘러가야지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에 의해서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면학 분위기가 혼탁해지거나 정부의 정당한 방침과 법지시 사항을 어긴다면 국민들은 실망하게 된 듯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양식을 발휘하여 내일에 있어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진정으로 학생들을 아껴 주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며, 또 그들이 일부 몰지각한 정치세력에 의하여 오염되지 않도록 보살펴 줘야 한다.
본인은 정치 경험이 없으므로 잘 모르겠으나 정치인이라면 자기의 소신이나 철학이나 정책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난국을 직시하지 못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며 국민을 선동하는 언동을 하는 것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하나의 국민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 군대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I최근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미묘하기 때문에 군부는 긴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국내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시점에 처해 있음을 중시해야 되리라 믿는다.
북괴가 적화통일이라는 기본 전략을 줄기차게 추구해 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따라서 안보제일이라는 우리의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10·26 사태로 인하여 내외로 과거보다 국가안보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 엄연한 사실이건만 이를 외면하려는 경향이 농후한 실정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안보를 강조해 온 나머지 이제는 면역이 생긴 탓으로 별로 중요치 않은 일로 생각할는지 모른다.
또 국가통치를 위한 하나의 구실이라고 매도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통일이 되거나 북괴가 적화야욕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는 안보야말로 국가생존상 제일의 요건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그것이 몇십년·몇백년이 흘러가도 변함 없는 현실일 것이다.
따라서 안보는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가 되어도 안될 것이며 반정부의 구실이 되어서도 안될 불가침의 명제다.
▲10·26사태 이후 정치발전에 따라 일부 예편장성들이 정당가입 또는 정치참여를 하고 있는데 국가안보상 영향은 없겠는지.
-군인출신이라도 예편한 이상 정치참여·정당가입등 활동은 각자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예비역장성 8백여명중 정당 가입자는 극소수인 20∼30여명에 불과하며 군 출신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참여를 한다 해도 안보적인 측면에서 국가안보에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12사건으로 물러난 군 고위장성과 윤필용 장군의 근황은.
-12·12사건과 직접 관련된 예편장성은 5명뿐이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서 조용히 근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윤필용씨는 지난2월29일 복권된 이래 가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의 북괴 동향은.
-북괴는 대내적으로 오는10월의 6차 당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의 정치 사상적 단결을 강조함과 동시, 금년 경제계획목표의 10윌이전 달성을 위해 각종 노력조직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으며 김정일에게 점차 권력을 이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어 이번 당대회에서는 후계자로서의 그의 지위가 공식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사면에서도 군당 전원 확대회의(79·12)를 개최, 『내외정세 발전에 군사적으로 대처할 것』을 결의하고 전투태세 견지를 재삼 강조하는 가운데 금년 연초부터는 육·해·공군에 의한 전례 없는 대규모 공격훈련 및 민간차량·선박을 비상 동원하는 이른바「동원훈련」을 잇달아 실시하고 있다.
▲12·12사건으로 야기된 한미관계는 완전히 해결되었다는데 사실인지.
-12·12사건을 계기로 전략 지휘권 문제상 다소의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쌍방의 노력에 의해 완전히 해소되었고 한미공동의 방위 태세를 굳건히 다져 나가고 있다.
지난 3월에서 4월초에 걸쳐 있었던「팀·스피리트」합동훈련은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전 장군을 중정부장직에 겸임시킨 데 대하여 미국측에서 불만을 표시했다는 설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최대 우호국인 미국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불만을 표시함으로써 내정 간섭을 저지르고 한미 신뢰관계를 파괴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를. 불순한 동기를 지닌 인사들의 한미이간책동에 불과하다고 본다.
▲김재규의 대법원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내 절차에 따라 종결되리라 믿는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김재규 등 6명 전원이 사형선고를 받은바 있는데 그 형량이 대법원에서 변동될 전망은 없는지.
-대법원 판결을 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나 형량변동은 없을 것이다.
▲일부 항간에는 김재규의 구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본인은 구명운동에 극소수 종교인이 관련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 도덕심의 마비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게 여기는 바다.
순수한 종교인의 기본자세가 관용과 사랑임으로 해서 김재규의 죄가 악하고 중대하다 해도 용서해 주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극소수 종교인들이 김재규를 민주투사로 규정하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구명운동을 전개한다면 이는 지극히 염려스런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규가 한 일이 무엇인가.
아비를 죽인 자식과 다를 바 없는 패륜아다. 인륜을 짓밟은 패륜아를 한 때의 정치적 계산으로 의사 운운하며 구명운동을 전개한다면 이는 극소수 종교인들의 인도주의적 차원보다는 도덕적 퇴폐와 윤리관의 말살을 입증하는 행위라고 하겠다.
김재규는 그 엄청난 죄과의 단말마적 자기 합리화 속에서 「민주화」를 동원함으로써 「민주화」까지를 욕되게 하고 말았다.
얄팍한 정치계산으로 비리와 야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앞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추모사업과 그 유가족에 대한 대책은.
-보고 받기로는 고 박 대통령의 묘소에 요즈음도 하루 3만여명의 참배객이 모여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에 의해서 추모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
국가원수의 유고에 의한 가족에 대한 원호책은 군경 및 독립 유공자에 대한 원호대책처럼 제도적으로 강구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금번 동원탄좌 광부난동사건과 관련, 노사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불행한 사고다. 물론 저임금 하에서 고생하는 광부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7O년대 고도 성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제적으로 상대적 저임금 하에서 땀흘린 노동자들의 공로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노사분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며 이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국가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행정당국, 고용주 및 노조간부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믿는다.
▲비상계엄 해제시기는.
-나도 비상계엄이 하루 속히 해제되기를 희망하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계엄이 언제 해제되느냐는 내 권한을 벗어난 것이므로 내가 어떻다고 시기를 전망할 수 없다. 나 자신도 대단히 답답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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