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성해제 달래러갔던 경찰「지프」|급히 떠나다 광부치어 자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발단>
동원탄좌 광부들은 연초부터 42% 임금인상을 요구해 왔으나 이재기노조지부장과 홍금종 노조부지부장(44)등 노조간부들이 지난달 3O일 회사측과 임금을 20%인상키로 합의함으로써 광부들은 노조간부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노조대의원 신경씨등 26명은 지난 17일 광산노조본부 사무실에서 임금인상폭을 늘려달라고 요구키로 결정했고 18일 낮1시 광부50여명이 노조회관에 모여 임금소폭인상·자체상호신용금고부실운영등을 문제삼아 이지부장등 노조간부들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키로 결정했다.
광부들은 19일 다시 모여 이지부장에게 『집회허가를 얻어 모임을 갖자』고 제의, 이지부장이 집회허가를 경찰에 신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회허가가 나오지않자 광부들은 21일 하오2시. 노조 사무실에 다시 모여 농성에 들어갔다.
하오 5시쯤 정선경찰서수사과 이모형사가 설득에 나섰으나 광부들이 주먹을 휘둘러 이형사가 피신하기 위해 대피시켜놓은 경찰「지프」에 올라타는 순간 광부들은 차를 에워싸고 가로막았다.
위협을 느낀 이형사가 「지프」를 그대로 몰아 「지프」에 매달렸던 광부 원일호군(17) 이 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이수영씨등 광부4명이 경상을 입어 광부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21일>
21일하오5시 광부가 경찰차에 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7백여명의 광부들이 광업소광장에 몰려들었다.
이때 광부들가운데 1명이 『경찰차에 동료가 치여 죽게됐다』고 고함치자 광부들은 극도로 흥분, 광업소에서 뛰쳐나와 사북지서로 물러갔다.
광부들은 사북지서에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피신중이던 이지부장을 인도할것과 집회허가를 내주지않은 이유등을 따지며 실랑이를 벌였다.
광부들은 이 자리에서 『경찰이 왜 광부들의 일에 간섭하여 동료까지 다치게했느냐』고 집단으로 항의했다.
지서장 어윤철경위등 20여명의 경찰관이 『농성까지 할필요가 있느냐.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라』면서 해산을 종용했으나 광부들은 하오8시쯤 사북지서 내부로 뛰어들어 유리창·의자등을 닥치는대로 때려 부쉈다.
이때 어경위등 경찰관들이 피신해버리자 광부들은 광업소 사무실로 돌아가 광업소 간부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책상과 집기등을 부쉈다. 사태가 악화되자 광업소간부들은 모두 피신했고 경찰관 50여명이 출동, 광부들과 대치에 들어갔다.
때마침 야간작업을 위해 출근하던 「병」반 근무자 1천여명이 농성중인 광부들과 합세, 농성광부는 1천5백여명으로 늘어났다.
하오9시10분쯤 광부들은 광업소사무실로 몰려가 이곳에서 관계자들과 수습책을 논의하던 장생경찰서 강홍수총경등 5명을 마구때려 홍총경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홍총경이 갖고있던 「리벌버」 권총1점과 탄창2개를 빼앗았다.
홍총경은 장생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22일>
22일상오8시「병」반 퇴근 광부와 「갑」반 출근광부등 7백여명이 광업소광장에 모여 다시 농성에 들어갔다. 1백여명의 경찰은 유내형강원도경국장의 지휘로 광부들과 1백m 거리를 두고 대치, 광부들에게 해산을 종용했다.
각목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이덕수순경은 동원보건원에 입원했으나 23일 상오5시15분쯤 숨졌다.
이와 함께 광업소 광장에서 농성중이던 광부들은 광업소 사무실로 몰려가 책상 30여개·의자·서류 「캐비닛」 등을 마구 부수고 서류를 불태웠다.
또 사무실 옆에 세워둔 광업소장 승용차와 내빈용승용차를 각목으로 박살낸뒤 불질러 버렸다.
상오10시3O분쯤 지서를 포위했던 광부들이 『경찰은 이재기노조지부장을 내 놓으라』면서 지서로 난입, 유도경국장을 비롯한 비무장경찰관과 50여명의 무장경찰관은 광부들에게 쫓겨 지서뒷산을 넘어 피신했다.
경찰은 상오11시쯤 사북지서를 폐쇄하고 4km쯤 떨어진 고한지서로 퇴각했다.
이때 미처 퇴각하지 못한 경찰관 88명은 민가로 숨어 경찰복장을 벗어버리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민가의 안방·창고 등에 피신하기도 했다.
경찰이 퇴각하자 광부들은 손에 각목과 쇠꼬챙이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와 사북배지서의 전화기등 기물을 닥치는대로 부쉈다.
광부들은 이재기노조지부장과 홍금종노조부지부장 집으로도 몰려가 가재도구를 때려부쉈다. 이·홍씨의 집을 부순 광부들은 상오11시30분쯤 집에 혼자있던 이씨의 부인 김순이씨(46)를 노조사무실로 끌고가 옷을 벗긴뒤 철사로 손목을 묶었다. 광부들은 또 광업소간부 4명을 붙잡아 광업소사무실에 가둬놓고 농성을 계속했다.
광부들은 인질로 잡은 이씨의 부인 김씨의 알몸을 나무막대기등으로 쿡쿡찌르며 「린치」를 가했고 술에취한 일부광부들은 알몸의 김씨에게 난폭한 행위를했다.

<철시된 사북읍>
인구2만여명·면적47평방km의 사북읍시가지는 22일 상오11시 광부들과 대치하던 경찰이 중과부적으로 사북기서를 폐쇄, 4km떨어진 고한지서로 철수하는 바람에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치안공백상태가 됐었다.
광부들은 술에 취한채 5∼10명씩 각목과 쉬꼬챙이를 들고 몰려다니며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사북읍민가에 숨어있던 88명의 경찰관을 찾아다녔다.
피하지 못한 88명의 경찰관가운데 10명은 하오1시쯤 민가에서 사복을 얻어 입고 주민으로 위장, 사북읍을 빠져나왔으며 나머지경찰관들은 22일 밤 같은 방법으로 사북읍을 빠져나왔다. 상가는 모두 문을닫고 철시했다. 주민들 가운데 광부의 부인들만이 남편들에게 음식과 술을 날라줄뿐 다른 주민들은 거의 통행하지 않았다.
광부들은 사북역과 고한으로 운행되는 시내「버스」정류장에 20∼30명씩 몰려 낮선 사람이 차에서 내릴경우 일일이 신분증제시를 요구, 경찰이나 기관원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일부광부들은 차에서 내린 승객들에게 농성중인 광업소 쪽으로 가지말 라고 주의를 주기도했다. 광부들은 사북지서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있는 것은 경찰이 지서를 버리고 철수했기 때문에 무기고를 지키고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시취재반 ▲사회부=홍성호·조광희·후경명·권일기자 ▲사진부=양영훈·최재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