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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줄고 중·장편 부쩍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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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설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단편이 퇴조를 보이는 반면 중·장편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단편이 위축되고 중·장편이 활발한데는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문단에선 풀이되고 있다.
80년대의 한국문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즈음 중편형식에 대한 문제는 80년대 소설계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4개의 전문 문예지와 4개의 계간지, 그리고 종합월간지 등으로 작가의 발표지면이 계속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이지면을 메울만한 역량있는 작가는 부족한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잡지쪽에서는 양적인 면에서 단편 보다는 중편쪽으로 기울어 작가 빈곤을 해결하려 든다. 작가쪽에서도 단편 5∼6편보다는 중편쪽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중편은 「사이즈」가 크고 「볼륨」도 있어 의욕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이유에서 보다 그 근원적인 문제로 작용하는 것은 변모된 사회적인 상황이다.
문학평론가 김윤식교수(서울대)는 『소설의 근세성은 중편이 아니면 이젠 불가능해졌다』며 『근대성으로서의 오늘날 우리의 삶은 거칠고 또 많은 점에서 한국 고대사의 문맥과 연결되는 것이어서 인생의 세련된 관조의 세계제시나 시적 경지의 단편형식으로는 포착될수 없다』고 말한다.
80년대의 문학은 70년대가 드러낸 모순과 갈등을 문학화 해야한다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분단·정치발전, 경제적으로는 이농현상과 도시변두리의 떠돌이 근로자 문제, 사회적으로는 공해·대중화·익명화의 문제등을 80년대는 문학전면에 드러나게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에 어떻게 접근하느냐하는 것은 획일적으로는 논의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가 중요한 문학적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며 80년대 작가들로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70년대작가」들에 의해 이룩된 대중문학의 풍조는 예술사적 입장에서 본다면 「엘리트」 문학가 아닌 「레저」문화의 문학형태로 기록되지만 그러면서도 산업화시대가 배출한 소외당한 계층의 정서와 고뇌를 다룬 문학적 성과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60년에 시작된 경제적인 성장은 70년대와 80년대로 이어지면서 그 변모에 따른 범죄와 사회적인 미궁의 격증현상은 더욱 중·장편화의 작업을 촉진하는 요소가 되어 이제 단편으로는 이러한 소재를 소화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소실이 단편 형태를 벗어나면 예술성은 자연 삭감되고 「얘기」와 「사건」중심이 되게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작가들은 『현실비판의식이 강했던 소설이 지닌 결함의 보충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입장을 보이고있다.
80년대의 진정한 민족문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적 형상화의 성공은 물론이며 민족의 정과 한이 담긴 정서적 인간상을 창출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는 『70년대 문학이 지닌 결함을 보충하는 작업은 곧 80년대의 우리문학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이것은 또 분단문학을 극복하는 진정한 민족문학으로의 방향 모색이 될것』이라고 했다.
중편의 「붐」과 함께 출판사에 의한 중편집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외수(겨울나기) 박양호(날아다니는 바늘) 최고(안개울음) 김승옥(환상수첩) 김원일(어둠의 사슬) 송영(선생과 황태자) 조해일(아메리카) 전상국(외등) 김병총(불칼) 박범신(시진읍) 윤흥길(내일의경이) 한수산(안개시정거리) 조선조(시사회) 김주영(금의환향) 문순태(철쭉제) 강용준(시라소니) 한승원(누이와 늑대) 유현종(버림받은땅의 소리) 이동하(저문꼴짜기) 신석양(억순이의 세상)씨등과 강유일·이순씨등의 중편집이 4월 일제히 발간된다.
이 책들엔 평론가들의 작가론과 작가의 말, 작가연보등이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려원에선 앞으로 1백인 작가를 대상으로 중편집 1백권을 계획, 올해안으로 30권을 낼 예정이다.
아뭏든 80년에 들어 새로운 변화로 등장한 한국의 중편문학이 어떤 형태로 발전하고 성과를 남길지 문단과 독자의 관심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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