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예상 … 선원들 미리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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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월호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와 구조된 선원들이 해군 경비함정에 올라탄 뒤 웃고 담배를 피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는 22일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세월호에 탔던 필리핀 가수 부부와 일반 승객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한모(38·화물차기사)씨는 피고인석의 선원들을 가리키며 “구조돼 경비정에 올라보니 선원들이 ‘큰일 났다’고 하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쉬쉬’(그런 말 말라는 뜻)하면서 웃기도 하고, 일부는 담배를 주고받으면서 피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어떤 선원은 ‘큰 것(세월호)이 넘어갈 것을 알고 올라왔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부터 침몰할 것이라 판단해 탈출했다는 의미였다.

 세월호 조리원 김모(52·여)씨는 “주방 싱크대에 있을 때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며 “탈출 도중 두 번이나 굴러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탈출을)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굴러떨어져 죽으나 바다에 빠져 죽으나 같으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올라왔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부터 세월호에서 공연한 필리핀인 마니오 임마뉴엘 가나덴·알렉스 가수 부부도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선원들이 어느 출입문을 통해 나갔는지 탈출 경로에 대해 묻는 검찰의 질문에 답했다.

 재판부는 23~24일 광주지법에서 일반인 탑승객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계속하고, 28~29일에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증언을 듣는다. 학생들은 법정으로 부르지 않고 별도의 방에서 법정과 화상대화식으로 증언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선원들을 보면서 증언할 경우 당시의 기억을 강하게 떠올려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광주광역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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