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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물난리 겪는 제주 도심|배수시설 확충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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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 시민들은 봄철이 되면서 벌써 다가올 수해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관광도시 제주시가 해마다 물난리를 겪고있으나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한복판이 불바다로 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으니 내외 관광객에게 제주시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긴축 재정 등으로 당국도 어려운 처지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국의 대책을 알고 싶습니다.【고경선<제주시 일도동>】
비가 내려 냇물이 넘치든지 구정물이 흐르든지 모두 바다로 빠져버리면 수해 지구가 없을 것 같은 제주시에 수해 상습 지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제주시에는 신산로 송의원 앞 일대를 비롯, 이도동 남수각 지대, 동문「로터리」일대, 제주도청 서쪽 도로변 5일 시장 일대 등 밀집 주택 지구에서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 때 수해를 거른 해가 없는 실정이다.
제주시에 이같이 수해 상습 지구가 늘고있는 것은 1976년에 확정된 제주시 도시 계획 정비안에 대한 사업이 제대로 시행 안된데다 이마저 도시 계획 사업 지구가 부분적으로 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줄기를 종합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전에는 수해를 모르던 지역에서까지 엉뚱하게 물난리를 겪고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당초 1952년에 새운 제주시 도시계획 정비안(19.24평방㎞)을 1976년 3월에 최종 수정. 도시 계획 지구를 1백19평방㎞로 늘려 확정 고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예산부족으로 당초 계획의 50%선에 머물러 30년 가까이 건축 통제를 받고있는 지역이 많을 뿐 아니라 도로만 개설됐을 뿐 하수도 시설이 안돼 상대적으로 배수처리가 되지 않은 지역이 넓어진 것이다.
실제로 제주시에는 하수도 시설대상 도로가 3백64㎞를 넘고있으나 하수도가 시설된 도로는 1백72㎞(48%) 밖에 안돼 비가 조금만 내려도 도로에 물이 넘치고 도로에서 넘치는 물이 주택으로 흘러들어 대피소동을 벌이는 곳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수해 때마다 삼성혈 제주 도청 주변, 5일 시장 일대 등 도시 계획 사업이 이뤄진 곳에도 물난리를 겪는다.
또「그린벨트」와 절대농지를 뺀 도시 계획 사업 대상 지구 가운데 제주지방법원 일대(속칭 고산동산)미북동 삼양동 아유동 등 외곽지구에는 예산이 없어 아예 사업시행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미 도시계획사업이 이뤄진 지역에 대해서도 지세, 하수구 배관 노선조정 등 근본적인 진단이 안돼 수해 예방 조치는 아예 손도 못 대는 실정이다.
시내 이도동 남수각 지구의 경우 도로 개설이나 하수도 시설이 안된 때문에 입는 수해가 아니라 지대가 낮기 때문에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이곳의 수해 예방을 위해서는 일대를 가로지르고 있는 산지천 상류의 제방시설이 시급하다.
남수각 지구의 수해는 시내 중심 상가인 동문「로터리」일대까지 피해를 주고 밀물 때 수해를 입으면 바다로 물이 빠지는 시간이 늦어 피해가 더욱 커진다.
이 같은 실정에서 제주시내 곳곳의 수해예 방을 위해 하수도 배관「코스」를 조정하고 미시설 도로의 하수도 전면 시설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제주시의 연간 총예산 1백억원의 3배인 3백억원 이상 들것으로 진단됐으며 우선 시급한 곳을 예방하는데도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건설 당국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불가피한 사업이나 중앙의 예산보조가 없이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하고있다.
건설 당국자는 도시 토목 사업비 예산을 쪼개 해마다 부분적으로 수해예방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제주시는 올해 우선 ▲고산동산에서 제주도청 서쪽도로로 내리는 하수도를 제주간호전문학교 옆 하천으로「코스」를 바꾸고 ▲도청 옆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앞 하수도를 차도 밑으로 횡단시켜 배수암거 시설을 하고 ▲용담동 제주대학입구 4거리주변의 하수도를 하천으로 뺄 계획이다.
이밖에 하수구 뚜껑 1천개를 만들어 물이 넘치는 하수도5백m를 덮을 계획이다.
시는 또 올해 겨우 신산로 송의원 앞 일대에 도시계획사업으로 4억여원을 들여 하수도1천8백90m와 신규도로6백50를 개설하고 도시토목사업으로 30㎞의 하수도를 시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만으로는 시내 전역의 수해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제주=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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