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화정풍」…어떻게 수습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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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장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화당 정풍 운동은 21일 정풍 대상 인물로 지목된 김진만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함으로써 일단 성과를 거둔 셈이다.
김의원의 탈당은 정풍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가 되어 똑같은「케이스」로 지목된 이후낙 의원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제 피하고 있는 이 의원은 내주 초 자신의 태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대한 체육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규 의원이 당직을 사퇴한다는 얘기가 나돌아 이 선에서 「정풍」바람이 잘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당이 해당될까 걱정>
이 같은 반응에 따라 정풍파 의원들은 당분간 당 지도층의 처리를 지켜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지도층도 내주 말께 정풍 의원들의 당직 사퇴서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있어 월말까지는 정풍파나 당 지도층이 모두「탐색」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에 나가 있는 박종규 의원이 귀국하고 이 의원이 입장을 밝히는 것을 고비로 정풍 운동은 종화냐, 확산이냐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당 소속 의원은 물론 1백20만 당원이 모두「정풍의 방향」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지적한 한 간부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정풍파가 탈당 대상으로 2명의 이름을 거론하고 나선데 대해 당내 일부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김창근 정책 위원장은『최근의 작태는 정치 이전의 문제』라며 『명예를 제일 존중하는 정치인에게 그런식으로 매도를 하면 되겠느냐』고 흥분하면서『이미 그들에 대한 설득 단계는 지났으며 교의를 분간해서 대처할 단계로 본다』고 했다.
어느 동무 위원도『자신들의 처지는 망각하고 돌을 던지는 행위는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누가 누구를 현 단계에서 매질 할 수 있느냐고 말해 종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풍파 일부 의원과 함께 무소속에서 입당한 H의원은『과거 민정회를 구성할 때 이후낙씨를 회장에 추대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의원들이 이제는 퇴진 요구의 선봉에 서고 있으니 도의적으로 납득이 잘 안간다』고 옛일을 끄집어내 입당 전 민정회 소속이었던 금수·박용기·변정일·홍생자 의원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원외의 일부 중앙위원들은 17년씩이나 공화당을 위해 음지에서 일해 왔다고 전제하고 『불과 입당한 지 1년도 못되는 그들이 얼마나 당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그런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국의 고위 간부는 지난해 김영삼 총재의 의원직 제명 때는 한마디도 못하고 청와대주변을 수시로 드나들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이·김 의원을 주대상으로 하지만 그 다음에는 당의 지도층에 화살을 겨눌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 누구를 위해 정풍을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풍의 명분이 구당적 차원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는 이 간부는 당초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해당 행위가 된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정풍파 의원들은 항변하고 있다.

<정풍은 jp 미화작업>
박찬진 의원은 순수한 정풍 운동을 마치 내년 총선 대책의 자구 행위 인양 몰아붙이는 불순한 생각자체가 정풍 대상이라며『우리가 안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반격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척을 지더라도 당을 위해 환부를 도려내자는 것이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정풍파 의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한다면서 그러나 깨끗한 사람만이 정풍을 운위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신선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격했다.
대상자 이름을 거론한 데 대해 박 의원은 이미 작년12윌 당직 개편 과정에서 두 사람만 이름이 빠져 그 나름대로 당수뇌층이 어떤 결심을 한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이번 탈당 대상의 기준을 댔다.
정풍파 의원들은 이 운동의 불꽃이 김종필 총재로까지 번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상정하면서도 계속 추진하는 것은 현재의 JP「이미지」로는 내년 싸움에서「링」에 올려놓기가 어려울 것 같아 JP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오유방 의원 같은 이는 다음의 공화당 후보는 JP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 김수 의원은 정치 현실을 성경 차원에서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치는 항상 현실 그대로를 냉엄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선거구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풍파 8명중 한 명은 이미 내년 총선에 나서지 않을 뜻을 밝혔다면서 궤도를 달리하는 임호 의원의 정풍 운동 가세를 배척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풍 운동의 순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풍 대상에 결코 김종필 총재가 포함될 수 없다고 밝힌 김의원은 정풍이 JP에 대한 일종의 미화 작업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JP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밝은 색으로 치장하여 JP를 돋보이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일부 당직자를 겨냥하는 듯했다.
○…지난 18일 서울 근교의「늘봄」농원에서 탈당 대상으로 3명의 이름을 거론해 놓고 19일 2명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정풍파 의원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당무 위원 가담설 도>
이후낙·김진만·박종규 의원 등 3명을 대상자로 결정한 지 하루 만인 19일「호텔」에서 만난 소장 의원 중 정동성 의원이 박씨를, 또 다른 의원이 이씨를 빼자고 했다는 것.
한 정풍파 의원은 당내 몇몇 중진들과 상의해 본 결과 동조해서 더 자신을 갖게 됐다고 말해 중진 의원 중에 동조자가 있다는 것을 시사했으며 당내에서는 어떤 당무 위원이 가세했다는 설왕설래가 있다.
○…정풍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이냐에 대해 우려를 표명 하는 당 간부들이 많다.
특히 정풍의「클라이맥스」가 신민당의 집안싸움과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국민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주게 될 뿐 아니라 정치권 외에 대해서는 어떤 구실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당내 문제로 그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P의 한 측근 소식통은 정풍 운동으로 그동안 범여권의 단합과 단결을 호소해 온 JP의 노력이 수포화될지도 모르겠다며 특히 범여권의 구심점으로 부상되던 JP의「리더십」에까지 손상을 입히지 않을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식통은 몇 몇 의원이 특정인을 지칭하여 퇴진까지 요구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풍토 자체야말로 당의 먼 장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JP로서는 누구에게 진퇴를 명령할 수 있는 위치나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 측근의 실토다.
정풍 운동을 JP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애써 보였지만 사실은「일각」이 아니라「일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부 당직자들의 걱정이다.
일부에서는『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새우 싸움에 고래수염이 빠지게 됐다』고 비유하면서 그러나 이 정도의 진통으로 공화당이 공중 분해되는 치명상은 입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범여권 단합노력 후퇴>
당 관계자들은 정풍 운동의 취지는 살리도록 지도층이 계속 노력해야겠지만 정풍파 의원들도 정풍 대상자를 더 이상 확대한다거나 감정적 차원으로 사태를 발전시켜서는 피차 다시 보기 어려운 상태로까지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 지도층은 1차로 정풍파 의원들과 접촉해「진의」을 듣고 다음 단계로 일부 정풍 추진 의원들의 당직 사퇴서 수리, 일부 대상 의원 탈당 권고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단계를 지켜보겠다는 것은 정풍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빠르면 이 달 안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듯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진화는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 당내의 의견들이다. 정풍파 의원들이 그들의 선거구를 겨냥해서 멀쩡한 중진을 매도하는 다음 조치를 계획했다면 오히려 역공을 받을것 같다. 지역구가 겹치는 의원은 정충파의 변정일 의원과 현오봉 전원 내총무(제주도), 김수 의원과 신형직 전 사무총장(고흥)이다. 당내 다수 의견은 범위를 좁혀 빨리 수습하는 것이 정풍파나 지도층이 같이 사는 길이라는 진단이다.....<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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