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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대 「히로뽕」밀조두목 이황순의 집|비밀투성이 「바닷가의 철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국내 최대규모의 「히로뽕」밀조단 두목 이황순(46·부산시 민악동산1)의 집은 집 전체가 하나의 「히로뽕」제조공장이었다. 이의 조카 이갑진씨 명의로 등기돼있는 이집은 산허리에 있는 마을의 맨 끝집으로 왼쪽으로는 집이 한채도 없어 외진 곳이었다. 아래로 수영천이 가로질러 흐르고 태창목재 저목장이 있어 저목장에서 항상 악취가 바람에 날려 「히로뽕」제조에서 나는 악취를 숨길 수 있어 밀조공장위치로는 안성마춤이었다.
이같은 외진 집이「히로뽕」범인검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는 수사당국의 눈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집은 큰길에서 경사15도로 10m쯤 올라간 곳에 철제대문이 있고 이 철제대문에서 다시 10m쯤 올라간 곳에 대문이 있어 2중 대문으로 돼있으며 붉은벽 돌담과 대문위에는 철조망, 그 위로 다시 전선이 가설돼있다. 또 대문양쪽과 옥상에는 「카메라」장치가돼 안방에서 「스위치」만 누르면 바깥동정이 그대로 나타나게 돼있다.
철조망에는 경보장치가 돼있어 접근자가 있으면 비상「벨」이 울리고 집안에는 세마리의 경찰견이 버티고있어 철옹성을 이루고있었다.
더우기 이들 개는『덤벼』『물러나』『들어가』정도의 말을 곧잘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잘 훈련돼 외부사람은 얼씬도 할 수 없었다.
주범 이의 검거 후 수사진이 밤새 집을 뒤져도 발견되지 않던 비밀공장은 정원석을 가장한 돌 한개를 들추어내면서 발각됐다. 입구는 한사람이 겨우 구부리고 들어갈 정도이나 「시멘트」벽으로 된 6평정도의 공장이 있고 그 속에서 50여점의 제조기구와 원료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비밀 「아지트」가 바깥에는 전혀 눈치를 채이지 앉아 주민들까지도 모두 태창목재 정회장의 별장으로 알았을 정도였다. 이 마을에서 20여년간 살아온 민악동 어촌계장 이수씨(41)도 『사람 드나드는 것을 본적이 없으며 정회장 별장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같은 일은 이와 하수인등이 밤에만 들락거리고 혹시 낮에 출입때는 월부책장수·수도·전기검침원으로 행세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주범 이는 황해도가 고향으로 충북 모 대학을 중퇴한 폭력단출신. 60년대 후반 부산의 깡패조직 「칠성파」조직원으로 주먹을 휘두르다 70년대 들어 밀수에 가담해 돈을 모으고 72년12월 시계·금괴밀수로 징역 4년·벌금1천4백33만원을 선고받고 복역중 73년11월13일 폐결핵·심장병등으로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은 전과자. 출소 당시 부산시 당감동87 그의 집으로 주거지를 제한했으나 한달만에 거주지를 옮겨 행방불명돼 경찰이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75년10월 당시 태창목재회장 별장이었던 이 집을 1억원에 매입, 조카이름으로 등기해 이때부터 77년9월까지만도 「히로뽕」70kg(도매1억2천만윈, 소매70억원)을 밀조해 일본과 국내에 팔아왔다.
이의 범행은 76년 일당이던 이모씨(40)가 대검에 고발했지만 찾지 못하고 지난2월 판매조직의 최재도(36)가 검거됨으로써 확인됐으나 이가 자취를 감춰버려 그때부터 수사진은 잠복근무에 들어가 지난19일 외제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이를 발견, 대치극을 벌였던 것이다.
잠복 근무조는 지난 13일 이의 집에서 나오는 김병국(37·운전사)을 발견했으나 김이 옆에 장부같은 것을 들고나오며 『수도검침원』이라고 해 그냥 보내기도 했다.
이의 집에선 또 포장마차1개가 발견됐는데 이는 「히로뽕」을 운반하면서 행상을 가장했던 것으로 수사진은 보고 있다.
이는 일당인 김덕근의 주민등륵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김덕근으로 행세하고 운전할때는 김병국의 면허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사용했고 두 김은 분실신고로 주민증과 면허증을 경신해 사용했다.
이는 「히로뽕」중독자로 하루 6차례(1회 0.1mg)주사를 맞고있었다.
「히로뽕」은 70년초에 처음 밀조되기 시작해 70년부터 79년까지 10년 사이 부산에서만 3백31건 6백45명이 검거되고 지난해만도 1백52명이 적발돼 급격히 밀조자와 사용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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