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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찾은 일본 개혁파 여성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오부치 전 총리는 일본 수상 중 저하고 제일 성격이 닮은 분입니다.”(정의화 국회의장)

“그럼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오부치 유코 의원)

21일 국회를 찾은 일본의 여성 중의원 6명과 정의화 의장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차녀인 유코(자민당) 의원의 재치어린 한 마디에 의장 접견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정 의장은 “제 이름에 ‘화’자가 들어가는데 일본을 ‘화국’이라 한다. 제 외가 친척들도 일본에 많이 산다”며 일본에 대한 친근감을 표했다. 정 의장은 또 “한국과 일본은 단순히 가까운 나라일뿐 아니라 좋은 친구로 지내야할 숙명을 타고난 나라“라며 “지금은 여러가지로 미묘한 관계가 됐지만 더이상 나빠지도록 방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여성 리더이자 아베 총리 견제파로 주목받는 노다 세이코 자민당 총무회장이 화답했다. 노다 의원은 “한일 관계는 평화로울 때도 있었고, 충돌이 있으면 화해도 있는 역사의 반복이었다”며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양국 의원연맹에서 지혜를 모아 관계를 회복시켰던만큼 앞으로도 한일관계가 후퇴하지 않고 전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다 의원은 “출산율 저하 등 양국의 공통과제가 많은데 함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일본 여성 의원들은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 등 한국의 여성 의원 8명과 간담회를 갖고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말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양국에 여성위원회를 두기로 한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먼저 한국을 방문한 자리였다.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오는 10월에 열릴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여성위원회가 다룰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일 여성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10월 합동총회 때 일ㆍ가정 양립에 관한 의제를 논의하기로 했고 추후 저출산, 보육문제 등 세부적인 안건을 정하기로 했다. 또 한일 여성위원회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여성 인권 토론회를 열자는 제안도 나왔다. 민주당 중의원인 쯔지모토 키요미 의원은 “그동안 위안부 나눔의 집도 여러번 갔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의 다른 의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앞장서왔다”며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관해 계속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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