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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호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저명건축가가 서귀포 앞 바다에 해상「호텔」을 세우는 기발한「아이디어」를 냈다. 조감도를 보면 마치 괭이를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건물이 바다에 둥실 떠있다. 그럴듯한 모양이다.
무슨 동화의 세계 같다.
요즘은 건안공법도 눈부시게 발달해 장관을 이루는 건물들이 많다. 건축은 사실 역학이나 기하학적 구조물임엔 틀림없지만 인문이 생활하는 공간이탄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해야 하는 것이다.
쾌적한 생활환경이란 다분히 감성적인 것이어서 가히 종합예술의 경지를 방불케 한다. 색채·음향·조명등 어느 것 하나 걸맞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건물하나가 탄생하려면 설계가·기사는 물론이지만 예술가들의 손길도 수 없이 닿아야 한다.
서귀포 앞 바다에 해상「호텔」을 설계한 그 건축가도 바로 그런 종합예술작품으로서의 건물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비디오」예술가·전위음악가·조각가·「컬러·디자이너」등 그 분야의 세계거장들을 참여시킬 모양이다.
객실의 삭에 맞춘 1천2백가지의 색채조화도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해상「호텔」과 같은「아이디어」는 아직 외국에서도 예를 볼 수 없다. 다만 노후 객선을 개조해, 바다 가운데 띄워 놓고「호텔」업을 하는 경우는 있었다.「퀸·엘리자베드」호가 바로 그것이다.
서귀포의 해상「호텔」은 그런 설계가 아니다. 우선 바다 밑에 장중한「파일」(지주)을 세우고, 마치 수목이 가지를 치듯이 우산모양의 구조물을 만드는가 보다. 여기에「룸」을 끼워 맞추는 것이다.
설계가는 그것을 거미줄에 비유하고 있다. 거미줄의 중심부를 받쳐주는 것이「마일」이며, 거미줄의 칸 칸에 방을 얹어 놓는 원리라는 설명이다.
해저유전의 시추작업을 연상하면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는 어떻게 할까. 그것은 항공모함에서 하는 방식이 있다.
쓰레기를 모두 건조시켜 태워버리는 것이다. 공해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제주도는 아열대의 기온을 갖고 있어서「에너지」문제는 별로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서귀포해상「호텔」은 태양「에너지」로 발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록 그 건물이 유악시설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꿈과 낭만을 주는 문화적인「모뉴먼트」도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호화와 허영의 시설에 그칠 일이 아니라, 문화적인 긍지까지도 갖게 하는 건물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필경 설계가도 그런 희망과 야심에서 이런 사업에 착안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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