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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통상임금' 하투 예고 … 경총 "경영 여건 무시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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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입사 17년차인 한국GM 생산직 근로자 A씨(42)는 지난해 월 620만원을 받았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되면 그는 월급이 55만~70만원(9~11%)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무직인 B씨(41)는 다르다. 그는 “인상률이 2%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기준이 변하면 덩달아 오르는 각종 수당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생산직 사이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일감에 따라 부문별로 지난해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보면 인상 폭이 생산직은 10% 이상, 사무직은 5% 안팎이지만 임직원 1만7000명이 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로 한여름 노동 현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한국GM 사측이 노동조합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제안하면서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중앙일보 7월 19일자 2면>

 지난해 말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란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러나 구체적 지침이 없고 기업 상황을 감안하도록 한 점 등으로 인해 노사 간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지급 조건(2개월간 15일 이상 근무)이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 상여금은 통상임금 대상인 ‘정기’ 상여가 아니다”라는 식이다. 또 한국GM처럼 근로자 간 편차가 생기기도 한다. 이미 통상임금 관련 합의를 한 대기업이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경우든 기업으로선 부담이 커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 증가만 연간 1조5516억원에 이른다.

 얽히고설킨 통상임금 문제로 올해 노사 관계는 어느 해보다 불안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6일 서울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22일로 예정된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건설노조의 동맹 파업에서도 통상임금 문제가 4대 요구 중 하나다.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사측이 통상임금을 확대하지 않으면 노조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실질임금 인상은 소비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은 걱정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자동차와 조선업계 노조를 중심으로 대법원 판결과 회사 경영여건을 무시하고 파업 등을 통해 획일적인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통상임금을 확대하더라도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 깊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중소기업 비용 부담은 연간 3조424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5.5%)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속도 편치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17년차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지난해 연봉 격차는 2796만원이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이 격차는 3468만원으로 커진다. 안산 지역의 한 부품업체 근로자는 “휴일 수당도 못 받고 주말 근무를 하는 형편인데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훈·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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