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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부왕이 기부왕에게 추천한 최고의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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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최근 가장 좋아하는 경영서적이라고 밝힌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1969년 출간됐다 지금은 절판됐으나 뒤늦게 e북 형태로 재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3년 전 이 책을 추천했을 뿐 아니라 직접 빌려 줬고, 게이츠는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이 책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하니 두 사람의 오랜 친밀한 관계가 흥미롭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기업 경영의 근본은 사람에 있다는 점에서 40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다.

 게이츠나 버핏 모두 세계 2~3위를 다투는 부자이자 기부왕이다. 버핏은 91년 엔지니어였던 게이츠를 처음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추천했고, 이후 두 사람은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이라는 기부운동을 함께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특히 버핏은 최근 보유주식 2173만 주(28억 달러·약 2조8700억원)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 등 5개 자선재단에 쾌척했다. 버핏이 평생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했듯 자신의 돈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비영리재단을 골라 기부한 셈이다.

 버핏이 추천하고, 게이츠가 좋아한 이 책이 출간된 뒤 40여 년간 수많은 기업이 명멸했다. 이 책이 주는 교훈대로 경영 리더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이윤 추구를 근본 목적으로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지켜온 기업과 기업가는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기업이 거둔 이윤을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고, 기부 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 기업은 지금도 존경을 받고 있다.

외국 기부왕들의 기부 릴레이가 선망의 대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에도 빈부 격차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우리 생활을 향상시킨 사실을 잊지 말자”면서도 기업의 사회봉사를 ‘책임’ 수준에서 ‘의무’ 차원으로 끌어올린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가 전하는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