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岸지구 유대인 정착촌… 샤론총리 "철거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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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점령지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력히 지지해 왔던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사진) 총리가 13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위해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는 일간지 하레츠와의 특별회견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실로.베이트엘 등 두곳의 유대인 정착촌을 거론하면서 "이스라엘의 전체 역사가 이 지역들과 연결돼 있지만 이를 일부 단념해야만 할 것"이라며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양보'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출범하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고 그들의 생활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평화협상에서 걸림돌이 돼왔던 유대인 정착촌과 관련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통해 중동 평화 정착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샤론 총리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 "중동 전역에 충격을 줬으며 획기적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특히 팔레스타인 측이 동요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평화 합의에 도달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평화는 팔레스타인 측의 반응에 달려 있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먼저 지도부를 교체하고 테러를 근절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샤론 총리는 "마흐무드 압바스(일명 아부 마젠) 자치정부 초대 총리가 평화협정을 성사시킬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며 "그는 테러의 무용성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샤론의 발언은 대 팔레스타인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집권 리쿠드당의 당론이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정당과의 합의내용과 크게 달라 국민종교당(NRP) 등 연정 내 극우정당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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