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절약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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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유값인상이후 모든 물가가 덩달아 올랐고 박봉의 서민가계엔 주름살이하나 더 늘었다. 갖가지 알뜰작전이 창안되고 모두들 절약에 안간힘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헌옷을 이웃과 바꿔입는등 절약바람속에서 자칫 야박해지기 쉬운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같다.
며칠전 연탄 50장을 들여놓았다. 주인은 없고 배달부가 혼자 날라왔는데 평소대로 4천5백원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한장에 5원씩을 더 받아야한다고 투덜거렸다.
왜냐고 물었더니 보통 배달료조로 5원씩을 더내고 사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부당한 배달료를 주지않았다.
그날저녁 시장에서 우연히 연탄가게주인을 만나 배달료건을 따졌더니 그의 대답이 배달부는 월급을 따로 받지않고 배달료만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날밤 내내 그일이 마음에 걸렸다. 적잖아 보이던 나이의 그가 연탄한장에 5원에서 10원의 배달료로 생활한다니-.
다음날 아침 일찍 그를 찾아갔다.『미안해요』하며 2백50원을 내놓았더니 『그렇게 알뜰하셔야 살죠』한다.
그의 성실해 뵈는 웃음을 브고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돕는 인정과, 절약을 혼동한 내 얄팍함이 부끄러워졌다. 삭막할수록, 살아가기 힘들수록 따뜻한 마음을 잃지않는 주부가 되자고 다짐한다.
이영희<서울성북구하월곡4동77의705호 박정만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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