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지·오웰」의 『1984년』은 엄밀히 따지자면 바로 1980년에 해당한다고 미국의 저명한 경제평론가「레너드·실크」는 주장한다. 서력기원과「예수」출생 간엔 4년의 차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설 『1984년』의 작가「오웰」은 전쟁이야말로 초강대국간의 안정에 절대적으로 긴요하다면서 『전쟁이 곧 평화』라는 결론을 내리고있다.
최근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사태를 두고 그 동안「데탕트」를 추구해왔던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50년대의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양상은 49년에「오웰」이 내다봤던『1984년』의 세계와 아주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웰」의 『1984년의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들은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그리고 「이스타시아」란 3대 국가다. 현재의 국제정치 판도에 비유해 보면「오세아니아」는 미국, 「유라시아」는 소련이며「이스타시아」는 중공을 가리킨다.
이 3대국들이 나머지 세계에 대한 영향력 각축전을 벌일 것이나 어느 한쪽도 다른 한쪽을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오웰」은 예상한다.
「오세아니아」(미국)는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국방장관을「이스타시아」의 수도(북경)에 보내 군사적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유라시아」(소련)에 대한 곡물수출금지 같은 경제봉쇄조치를 취하고있다.
그러나「오웰」은 3대강국이 어느 일방에 정복되거나 정복할 수도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극지의 만년설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혹은 값싼 노동력의 공급원을 얻기 위해「아프리카」·중동·남인도·「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각축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강대국들은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 적당히 분쟁상태를 만들어 마치 옥수수 다발을 엇갈려 세워놓은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전쟁이 평화』라는 「오웰」의 역설적인 결론은 대국의 논리 면에서는 타당한 것 같다.
최근 소련이 자기네 『평화』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예도 이런 논리대로라면 타당할 수밖에 없지만 대국의 평화라는 것이 이처럼 약소국의 희생 위에서만 보강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