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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의 검인정제환원앞서 「과열」막는 제도적 장치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부 일종교과서의 검인정에로의 환원을 요구한 출협의 진정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의 획일화를 피해야할 우리의 필요와 국제적 추세에 비춰볼 때 출협의 주장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그것은 우리가 지향해야할 교육민주화의 한방향이기도 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출협의 주장은 교과서출판사들간에 보였던 과열경쟁-거기에 말려들었던 사도의 타락-불신풍조, 검인정주식회사의 탄생-학교급별주식회사로의 분리-이와함께 나타난 검인정교과서의 단일본화-문교부 편수국을 침몰시킨 결과를 가져온 교과서파동.
이렇게 이어진 70년대중반 4, 5년사이의 그 부조리와 불신과 비극이 지금 국민들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이때에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교과서란 본래 교육과정에 설계된 교육목표를 학생이 달성하는 일에, 그리고 교수가 그 일을 돕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자료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교재의 다양화·풍부화의 요구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해온 정치·경제적 풍토와 콩나물학급이라는 어려운 학습환경과 입시위주의 비정상적 교육풍토속에서 교과서는 교육의 목표·내용·방법위에 군림하게 되었던 것같다.
교과서의 출판·보급을 민간 출판인들에게 맡기는 정책의 변화는 대체로 말해서 다음과 같은 강점을 들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교재의 다양화로 교육의 획일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경쟁을 통한 질의 향상을 꾀할수 있다는 점, 그리고 셋째는 출판계의 활성화와 창조적 풍토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재선택의 경험기회의 제공으로 학교운영의 자율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등을 들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일종교과서 정책이 갖는 장점과 그 필요의정당성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것은 학자 개인의 단독저서의 형식을 탈피하고 전문가 집단의 공동지에 기초한 교과서를 편찬하여 보다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와 합의를 유도하고 질의향상을 도모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갖고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또 그것은 이익추구의 동기가 강하게 작용해서 발생되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코스트·푸시」와 자원의 낭비 가능성, 그리고 채택료등에 얽힌 불미스러운 교육풍토 촉진가능성을 완화하는데 공헌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일종교과서의 검인정에로의 환원요구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 .이에대한 필자의 태도를 표명하기에 앞서 몇 가지의 보다 분명한 논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일종교과서는 과거의 획일화·관주도·지시등의 부정적 측면을 많이 연상시키는 국정교과서와 동일시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국정』이『일종』으로 변한 이름만의 탈바꿈만은 아니다.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편찬 방법과 절차, 그리고 누가 편찬하는가라는 주체면에서 『국정』과는 다르며 연구·개발형의 입장을 취하면서 그 제작에 인력과 경비투입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또 하나의 논의점은 검인정의 어떤 생태로의 환원이냐에 관한 의문점이다. 질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뚜렷한 강구책 없이 「검인정의 단일화」라는 모순된 상태까지 빚었던 77년의 교과서파동 직전에로의 환원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장에서 암시된 바와 같이 검인정에로의 환원은 우리가 다같이 추구해야 할 이념적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과열』이 모든 것의 문제가 되며 그러한 과열현상이 어디서나 관찰되는 한국특유의 문제 상황 속에서 질을 향상시키며, 가격의 상승을 방지하면서도 자원의 낭비요소가 충분히 예방 될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우리가 취해야할 분명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언뜻 상호갈등적 위치에 선 두입장을 어떻게 조화시키면서 교과서이용자들의 이익과 편의를 최대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문교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우리들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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