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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보결 입학에 새수법|조선대 입시부정 학부형의 교육열이 빚은 촌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교사는 제자에게 대리시험을 치라고 유혹했고 가난한 제자는 이에 응했다.
조선대 수석합격자 대리시험사건은 교육자의 양심을 판 고교교사와 실력을 판 대학생, 그리고 실력이 모자란 자녀를 보결생으로 넣겠다는 학부형의 과욕이 빚어낸 사건이었다.
이사건은 조선대 간부조카인 박률씨(46·수배중·광주시 지산1동 500)가 돈많은 학부형의 자녀를 보결생으로 넣기위해 광주동신여고 교무과장 최규완(44·구속)·동신고 교무과장 이학진(48·구속)·교사 천재원(34·구속)씨등 3명을 끌어들여 이들 교사의 제자인 김형표군(20·구속·전남대의예과1년) 을 예시성적이 좋은 이모군(20·전남대학공대1년휴학)의 이름으로 조선대의예과에 대리응시시켜 합격하게 하고 면접시험에 결시토록해 부유층자녀가 보결로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려고 한데서 발단됐다.
주범 박씨는 지난해 12월 돈많은 학부형으로부터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성적이 나쁜 아들을 조선대의예과에 보결생으로 넣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조선대 간부들에게 많은 돈만주면 보결생 1명 정도는 문제없이 넣을수 있다고 판단한 박씨는 친구인 동신여고 교무과장 최씨에게 『5백만원을 줄테니 제자중「뜩똑한놈」하나와 예시성적이 좋은 학생의 합격증 1장을 구해달라』고부탁했다.
부탁을 밤은 최씨는 다시 동신고 교무과장 이씨에게, 이씨는 다시 천교사에게 이를 부탁했다.
천교사는 지난해 자기학교를 2위로 졸업, 전남대의예과에 다니는 제자 김군이 똑똑하기는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조달에 어려움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김군을 찾아갔다.
김군은『앞으로 5년간의 학비일체를 대줄테니 조선대 의예과에 대리 응시, 합격만 해달라』고 부탁하는 스승의 부탁에 즉석에서 응했다.
김군은 일만 잘되면 큰어려움 없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고 판단해 스승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천교사는 학교에 비치된 지난해 졸업생 이모군의 예시합격증 (점수 2백91점)으로 조선대원서를 써 김군의 사진을 붙여 응시케했다.
김군은 합격선을 훨씬 넘어 7백90점 만점에 6백28점을 얻어 전체수석을 차지하고 스승과의 약속대로 면접시험에는 결시했다.
김군은 스승과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으나「수석합격」이 불씨를 낳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수석합격자 이군의 이름과 사진이 각신문에 보도되자 이군의 친구들이 『이군은 올해 서울대공대에 응시, 불합격했는데 어떻게 된일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소문은 검찰에까지 알려져 수사에 착수했다.
이군은 자신이 조선대수석합격자로 조작된 것을 알고 천교사에게 항의했다. 천교사는 『가난한 친구를 위한 것이니 너만 비밀을 지켜주면 학교·스승·친구 모두가 살수 있다. 입을 다물어달라』고 부탁, 이군의 입을 막았었다.<광주=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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