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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3. 심장병을 확 줄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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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2000년 4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임수혁 선수가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이 멈춘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4월 인기 듀엣 '패닉' 출신의 가수 김진표씨도 앨범 녹음 도중 졸도했다. 다행히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 인공 심장박동기란 기계를 심장 속에 넣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임수혁씨와 김진표씨 모두 부정맥(不整脈)이 원인이다.

부정맥이란 심장의 박동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심장은 분당 60~1백회다. 부정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60회 아래로 뛰는 서맥(徐脈)이다. 어지럼증이 주요 증상이다.

둘째 1백회를 넘기는 빈맥(頻脈)이다.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 곤란이 나타난다. 심방 빈맥의 경우 심방이 1분에 4백~5백번 뛰며 심실 빈맥은 1백~2백번 가량 뛴다. 부정맥 중 가장 무서운 것이 심실 빈맥이다.

흔히 '급살(急煞)맞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5분 이내에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으면 대개 숨진다. 임수혁씨의 비극도 심실 빈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조기(早期)박동이다. 심장 박동이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뛰는 경우다. 대개 가슴 두근거림과 함께 순간적인 가슴의 통증과 목 부위의 불쾌감이 동반된다.

부정맥이 무서운 이유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인체에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할 뿐 아니라 뇌졸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부정맥으로 심장이 파르르 떨게 되면 심장에서 혈관 부스러기가 떨어져나와 뇌의 동맥을 막게 된다. 부정맥이 없는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10배까지 높다.

부정맥은 담배와 커피, 정서적 긴장 등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마땅한 예방 수단이 없다. 부정맥은 종류만도 수십여가지가 넘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가장 손쉬운 검사는 가슴에 전극을 붙인 채 받는 심전도 검사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는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 받게 되면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홀터라고 불리는 '활동중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된다.

24시간 혹은 48시간 내내 심전도를 기록하는 장비를 몸에 장착해야 한다. 이러한 검사에서도 부정맥을 발견하지 못하면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해 실시하는 이 검사는 가느다란 철사 서너개를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삽입한다. 심장에서 박동을 유발하는 전기신호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병적 부위를 발견하면 고주파 등 전기를 흘려넣어 태워 없앤다.

부정맥이 있다고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꼭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종류도 있으며 이 경우 치료가 필수적이다.

가장 기본적 치료는 심장박동을 가라앉혀 주는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것이다. 약물은 값싸고 편하긴 하나 단지 그때그때 증상만을 가라앉혀 주는 대증요법일 뿐 근본 치료는 못 된다.

약물 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부정맥은 카데타 절제술이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전기 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이상 부위를 찾아낸 뒤 전기로 태워버리는 것이다.

천천히 뛰는 서맥의 경우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아야 한다. 환자의 맥박이 느려지면 자동으로 감지한 뒤 전기충격을 발생시켜 심장을 뛰게 한다. 입원을 하지 않고 국소 마취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다. 김진표씨가 받은 시술이다.

임수혁씨처럼 돌연사의 위험이 높은 부정맥 환자는 '제세동기'란 장치를 이식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제세동기는 맥박을 감시하고 있다가 맥박이 갑자기 빨라지면 전기충격을 가해 맥박을 진정시킨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으며 시술비가 최소 2천만원을 넘는다는 것이 흠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 도움말 주신 분=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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