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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논의와 사법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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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발전을 위한 헌법개정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 지방공청회결과를보면 대부분의 공술인이 국가권력의 집중을 방지하는 통치기구를 원하고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갈구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실체적인 기본권 규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적법성까지 규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제4공화국헌법(이른바 「유신」헌법)이라고 일컬어지는 현행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에 법률유보조항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의 절차적보장까지 제약하였다. 특히 긴급조치는 영상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당하지 아니할 인권조항의 기본적인 절차까지 배제하기에 이르러 국민의 원성을 샀다.
그러한 긴급조치는 이미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의 절차적 보장은 아직도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현행헌법은 제3공화국헌법에 있던 구속적부심사제도를 없애었고 긴급구속의 요건을 완화했으며 군인·군속의 이중배상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다.
이 헌법의 취지에 따라 비상국무회의는 형사소송법과 관계법률을 개정하여 절차적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구속적부심사제도의 폐지와 필요적 보석사항의 제한이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하여 헌법개정을 논하는 각공당·두회단체와 공구인들이 일률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구속적부심사제도의 복활이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사제도의 부활은 헌법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만 개정하면 당장이라도 부활할 수 있는데 여기에 착안한 국회당원이 없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우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구속피의자의 억울함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법권이 독립되어야 한다. 헌법에 관하여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사법권의 독립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사법주의 독립중에서 가강 중요한 것이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인사의 독립, 법관의 신분보장, 법관의 재판상의 독립이다.
종전에는 법관의 인사는 대법원판사회의에서 의결하여 자율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현행헌법은 대법원장이아닌 판사는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변경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판사의 보직권까지 대통령이 가지도록 하였다. 또 재판연구관 지명이라든가, 연수원교수 임명, 법관연임도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개악된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통령은 보직지명권까지 직접적으로 행사하였다.
그런데 법관인사의 독립은 헌법에서 보장되어야 할 것이로되 당면해서는 이러한 법원조직법의 개정만으도로 어느정도 보장될 수 있다.
현행의 법원조직법 규정중에서 법관의 보직이라든가 재판연구관의 지명, 연수원원장이나 교수의 임명등은 대법원판사회의의 의결로 대법원장이 할 수 있도록 고치면 되는 것이다.
법관에 대한 인사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 의해서 행해지며 그 제청권이 대법원장에게만 있는 경우에는 사법권의 독립이라든가, 사법의 민주화는 이루어질 수 없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현행헌법에 저촉되지않는 범위에서나마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서 법관의 보직등을 대법원판사회의의 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이다.
법관의 신분보장에 있어서도 징계처분에 의한 면직권과 같은 것은 없어져야 할 것이나 헌법에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당장에 이를 개정할 수없는 난점이 있다. 그러나 법관의 정년연령은 법률사항이기 때문에 이것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민주사법의 한 기둥은 변호사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자치가 행해지지 못하고 관치주의가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변호사자치제로 변호사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이 법무부장관에게 있고 변호사징계권이 법무부에 있다는 사실은 변호사의 독립이 보장되고 있지 않은 증거라고 하겠다. 변호사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권만 행사하면 될것이요, 징계권은 변호사회에 일임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나 변호사회등은 법률안제안권이 없기때문에 개정법률안제안에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통하여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제안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므로 개정법계의 제출에도 성의를 다하여야 할것이다.
국회는 헌법개정을 기다릴것 없이 법률개정으로 가능한 민주화 작업은 지금부터라도 과감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헌법과 법률을 운용하는 것이 현정부의 당연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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