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대생활 불만 임 병장 소초원 상대 계획 범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부대 생활에 불만을 가진 임 병장이 벌인 계획 범죄로 결론을 내렸다고 군 당국이 15일 밝혔다.

 육군중앙수사단은 “전 소초원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수류탄 해체와 총기 장전 등 침착하게 행동한 점이나 수류탄 투척 장소를 자신이 대피하기 쉬운 곳으로 고른 점 등을 감안할 때 계획적인 단독범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임 병장이) 일부 동기생이 별명을 부르며 놀리고 후임병(상병) 2명이 경례를 하지 않는 등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 때문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특히 범행 당일 오후 순찰일지에 자신을 빗댄 그림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순찰일지 겉표지에 그려진 총 67개의 그림 중 피의자를 빗댄 그림은 16개였으며 주로 만화 캐릭터 ‘스펀지밥’과 임 병장이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묘사한 ‘라면 전사’ 등이었다. 소초원들은 ‘사소한 장난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반면 임 병장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 임 병장이 자신에 대한 집단따돌림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부소총장 이모 중사는 이때 휴가를 나가 화를 면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병사 5명은 탄피 등 확인 조사 결과 모두 임 병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확인 사살 논란이 일었던 최대한 일병은 수류탄 파편상을 입고 쓰려져 있던 중 도주하는 임 병장을 보고 “임 병장이 여기 있다”라고 소리치다가 임 병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경호 일병은 파편상을 입은 부상병을 부축하고 피신하던 중 사살됐다.

 군의 허술한 대응과 관련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군은 임 병장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군 병력과 마주했지만 무사히 통과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추적과정에서 교전은 없었으며 부상자가 생긴 건 모두 추적대 간 오인사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경계부대 관리 및 전투준비 등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22사단장을 비롯해 해당 연대장 이하 중대장까지 보직해임했다. 또 긴급 부대진단을 통해 GOP 근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병사 150명을 후방으로 보직 조정했다.

유성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