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검사 받은 돈 300만원 아닌 1000만원 … 검찰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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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에 나오는 A부부장검사의 이름이 언급된 횟수와 수수 액수를 정정했다.

 서울남부지검은 15일 “송씨 장부에 A검사의 이름은 2005~2011년 10여 차례에 걸쳐 기재됐고, A검사 이름 옆에 적힌 금액은 1000만원이 넘는 게 맞다”면서 “송씨 가족이 일부 내용을 수정해 검찰에 장부를 제출했는데 이 부분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측은 “‘2007년 1월 27일 A검사 200만’, ‘2009년 10월 10일 A 100만’ 외에는 A검사가 기재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10여 차례, 1000만원 이상’이라는 경찰 설명과는 확연히 달라 논란이 일었다.

 같은 장부를 놓고 검경의 입장이 달랐던 이유는 이렇다. 사건을 처음 수사한 서울강서경찰서 측은 지난달 중순 송씨 가족에게서 문제의 장부를 임의제출받아 검토한 뒤 돌려줬다. 70~80쪽 분량의 이 장부에는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 근무하는 A부부장검사를 비롯해 법원 관계자, 경위급 경찰관 4∼5명, 전·현직 시·구의원 3명, 세무·소방 공무원의 이름과 금전 지출 내역이 적혀 있었다. 송씨가 김 의원에게 건넨 5억2000만원 중 2억원을 2010년 말 “서울시장에게 준다고 가져갔다”고 장부에 적은 사실도 있다고 한다. 강서경찰서는 장부 내용을 상부인 경찰청에 보고한 뒤 ‘송씨 살인 및 살인교사 사건’과 직접 관계가 있는 부분만 발췌해 보관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44·구속)의 이름과 수수금액이 언급된 부분이다. 이후 경찰은 수사기록에 장부의 발췌본을 포함시켜 지난 3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송씨 가족은 검찰이 장부의 임의제출을 요청하자 장부의 일부 내용을 지운 뒤 장부를 다시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정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장부를 둘러싼 논란은 정리가 됐지만 검경 모두 ‘부실수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핵심 증거인 장부가 수정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경찰은 장부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도 내용을 축소해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

 한편 송씨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44·구속)씨 측 강용섭 변호사는 이날 남부지검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했다. 강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김 의원 측에서 여러 억측을 제기해 방관할 수 없었다”고 제출이유를 설명했다. 팽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김 의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김 의원은 팽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성형수술과 위조신분증을 알아봐라’ ‘너 혼자 한 것처럼 알리바이 만들어 놓고 죽으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또 팽씨가 조폭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했다는 김 의원 측 의혹 제기에 대해선 “팽씨가 알고 지내는 조폭도 없고, 조폭이 송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면 전과가 없는 팽씨를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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