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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이어 금강산서 방사포 … 경협 상징지역서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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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1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직접 지휘 아래 동해 비무장지대(DMZ) 북쪽 해안에서 방사포(다연장포)를 동원한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개성공단 인근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C 미사일을 쏜 데 이어 연 이틀째 위력시위에 나선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오늘 오전 11시43분부터 30여 분간 강원도 고성군 구선봉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규모 사격훈련을 했다”며 “포탄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사격훈련을 한 구선봉은 휴전선에서 약 3.5㎞, 우리 군의 관측소가 있는 통일전망대에서 5.5㎞가량 떨어진 휴전선과 금강산 관광지역 사이”라며 “어제에 이어 오늘 군사훈련을 실시한 지역이 남북경협의 상징지역임을 고려하면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여 남북관계를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강원도 원산이나 서해 백령도·연평도 인근에서 주로 사격훈련을 실시해왔다”며 “동해안 DMZ 인근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해안포와 122㎜·240㎜ 방사포를 동원해 3~50㎞가량 120여 발의 포탄을 날린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포탄은 바다의 휴전선인 NLL과 수평으로 발사했고, 모두 NLL 이북 1~8㎞ 지점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날 휴전선 바로 앞까지 와서 사격을 직접 지휘한 김정은은 최근 미사일 발사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은 황해도 평산(9일), 원산(지난달 26, 29일) 등지에서 실시한 미사일과 로켓 발사장에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동해안 지역에 머물고 있어 13일 개성공단 인근에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때는 원격으로 지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휴전선 일대로 사격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올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했지만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자 남북 화해협력의 결정체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에서 화약냄새를 풍겨 ‘대화냐 전쟁이냐’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겠느냐”며 “구체적으로는 (남북경협을 막고 있는)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강원도 지역에 배치된 방사포를 금강산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추가 사격도 준비 중인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서해안 남포 일대에서도 대규모 사격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휴전선 인근에서 북한의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통일전망대를 관광하던 주민들이 포성에 놀라 군 당국에 잇따라 제보를 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단 참가문제를 논의할 실무접촉을 17일 열자는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한다는 전화 통지문을 보내왔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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